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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1 18:42 수정 : 2019.09.01 20:33

일본변호사연합회 변호사들이 펴낸 <징용공 재판과 일한청구권 협정?한국 대법원 판결을 읽고 풀다>.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제공

대법판결 의미 짚은 첫 대중서
집필 참여한 야마모토 세이타

“국가간 대립할 정치사안 아닌데
일 정권이 지지율 높이려 선동”

일본변호사연합회 변호사들이 펴낸 <징용공 재판과 일한청구권 협정?한국 대법원 판결을 읽고 풀다>.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제공
일본 변호사들이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의 한국 대법원 승소 판결을 분석한 책을 일본에서 출간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와 한일청구권협정 등에 대해 일본 사회에 퍼진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그 의미를 다각도로 짚은 책이 나온 것은 한·일 양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변호사연합회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 6명은 <징용공 재판과 일한청구권 협정―한국 대법원 판결을 읽고 풀다>(현대인문사)라는 제목의 대중서를 지난달 말 일본에서 출간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꾸준히 대리해온 야마모토 세이타(66) 변호사 등 일본인 변호사 3명과 재일동포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김창호 변호사 등 재일한국인 변호사 3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겨레>와 만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겨레>와 만난 저자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일본 정부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책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현재의 한-일 갈등이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인이 시작한 분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일본 보수정권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제동원 보상 문제가 “국가 대 국가가 대립하는 정치적 사안이 아닌 25년이나 재판을 해온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임을 전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4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문답(Q&A) 형식으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고자 노력했다. 첫 장에서는 대법원 판결 내용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과 한국에서 20년 넘게 재판을 벌여온 ‘투쟁기’를 소개한다. 징집이나 근로정신대 제도가 조선인들에게 법적·육체적으로 강요된 노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징용은 조선인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일본 정부 주장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내놓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개인청구권 소멸’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일본 언론을 포함해 일본에서는 (배상 문제가)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는데 한국이 말을 바꿨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청구권협정으로 받은 자금을 박정희 정권이 다른 곳에 써버렸다고 한국 탓을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도 아베 정권 전까지 이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해왔다”고 말했다.

책은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출연해 기금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했듯 해결책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아베 정권이) 진정 사죄할 생각이 없다면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지연된 강제징용 재판 소식을 전하며 “사법농단의 영향으로 재판 진행이 멈춰 일본에서 소송 중이던 후지코시 강제징용 피해자 2명이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로 기업도 피해자가 되니 (뒤늦게)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피해자의 인권이다. 한국과 일본이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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