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1 17:43
수정 : 2019.09.1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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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이본 총리가 11일 도쿄 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개각을 단행해 과거사 책임 등을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입각시켰다. 2019.9.11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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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이본 총리가 11일 도쿄 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개각을 단행해 과거사 책임 등을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입각시켰다. 2019.9.11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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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두번째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개각을 단행했다. 그동안 일제 침략전쟁 등을 부인하는 망언을 일삼아온 강경 우익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아베 총리의 숙원사업인 평화헌법 개정과 과거사 미화 등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요인이 더 늘어나면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까 우려된다.
이번 개각에선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과 에토 세이이치 영토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등 일제의 과거 침략을 옹호해온 인사가 대거 각료로 중용됐다. 특히 하기우다 문부상은 8·15 패전일에 아베 총리를 대신해 공물을 들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주장한 대표적인 극우 성향 인사다. 이런 인물을 교육 담당 각료로 앉힌 것을 보면, 앞으로 대놓고 역사교과서 왜곡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7월에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무례하다”고 호통치고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억지를 부린 고노 다로 외무상은 이번에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겨, 안보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게 됐다. 대한 수출규제 책임자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교체됐지만, 후임인 스가와라 잇슈 자민당 국회대책 수석부위원장도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정기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강경 우익 인사다. 그러니 한-일 무역갈등의 해소를 기대할 상황은 아닌 듯싶다.
아베 총리는 개각 발표 직후 “새로운 체제에서 우리 당의 오랜 세월 비원인 헌법 개정을 당이 한 덩어리가 되어 강력히 추진하고 싶다”며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아베 총리는 개헌 추진 과정에서 과거 침략전쟁을 적극 옹호하며, 이를 비판하는 한국과 맞대결도 마다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꽁꽁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더욱 중요해졌다. 단기 해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멀리 내다보면서 아베 정부의 과거사 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두 나라 갈등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게 상황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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