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7 11:55
수정 : 2019.09.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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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는 지난 2일 375회 임시회를 열어 ‘충청북도 일본 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과 ‘충청북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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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별 우려 근거 없어”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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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는 지난 2일 375회 임시회를 열어 ‘충청북도 일본 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과 ‘충청북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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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역 의회 최초 제정으로 관심을 모았던 ‘충청북도·충청북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이 위기를 맞았다. 조례를 집행할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의는 자치단체장 등이 의회 의결에 이의가 있다며 재의결을 요구하는 권한 행사다.
충북도의회는 의원 전원이 발의한 ‘충청북도 일본 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과 ‘충청북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일 통과시켰다. 조례는 일본 전범 기업(284곳)을 정의하고, 충북도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이 이들 기업의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전국 광역 의회 가운데 처음이었으며, 오는 23일 공포 예정이다.
충북도의회에 이어 지난 6일 서울과 부산, 10일 강원도의회도 잇따라 비슷한 내용의 조례안을 의결했다. 전남·광주·제주·경기 등의 광역의회는 입법 예고했고, 대전·울산·전북·경북·경남 등 광역의회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은 공포·시행을 코앞에 두고 ‘조례안에 문제가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도와 교육청은 “이 조례안이 일본을 차별할 수 있으며,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법 22조(조례 부문)를 보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법에 근거(위임)가 없다는 것이다.
황경식 충북교육청 재무팀장은 “조례는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해 나름대로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성이 모호하다. 조례의 근거 또한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례가 일본을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재의 요구 검토의 한 이유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6조2항은 ‘국제 입찰의 경우 호혜 원칙에 따라 정부 조달협정 등에 가입한 국가의 국민과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물품, 용역에 대해 차별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에 관한 협정 3조 ‘내국민 대우 및 무차별’ 조항을 위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원 충북도 의회협력팀 주무관은 “조례안이 법에 규정된 무차별 원칙을 위반할 수 있고, 일본의 WTO 제소 빌미를 주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 정부와 다른 자치단체 등의 움직임을 포함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조례 적용 대상 기관을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까지 확대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충북도는 지난 10일 두 조례안을 행정안전부에 보고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충북도의회 허창원 의원은 “조례를 만들면서 집행부인 충북도와 꾸준히 협의를 해왔다. 이제껏 법 조항을 들어 문제가 있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공포를 코앞에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례안을 보면 전범 기업 제품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정도다. 공포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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