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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8 19:31 수정 : 2019.10.08 20:01

일 최대예술제 소녀상 전시 재개
첫날부터 관람위해 수백명 몰려
60명만 추첨 입장…언론도 통제
“표현의 자유…전시 막을 수 없어”
나고야 시장은 또 반대 시위

지난 8월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 당시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자료 사진
“단 일주일 동안뿐이지만 (소녀상) 전시가 재개돼 정말 기쁘다.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서명운동을 벌여 얻은 성과다.”

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문화예술센터(예술센터) 8층에서 만난 70살 일본인 여성은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나온 뒤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녀상 전시가 재개된 8일, 무려 2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소녀상 전시 관람 기회를 얻었다. 그는 “(지난 8월) 소녀상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보려고 했지만 전시가 사흘 만에 끝나 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아이치현은 이날부터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이하 기획전) 전시를 재개했다. 아이치현은 지난 8월1일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트리엔날레) 일부로 기획전을 시작했으나, 우익들의 공격으로 개막 사흘 만인 8월3일 기획전 전시 전체를 중지했다,

기획전을 보기 위해 이날 오후 1시30분께 예술센터 10층 전체를 휘감아 도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아이치현이 오후 2시10분과 4시20분에 각각 30명씩만 추첨을 통해 입장시켰기 때문이다. 1차 추첨에 709명, 2차 추첨에 649명이 참여했다. 당첨된 사람에게는 추첨 용지로 쓴 손목밴드에 도장을 찍어줬는데, 당첨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장을 보여주며 기뻐하기도 했다.

8일 일본 아이치현 아이치문화예술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를 보려는 시민이 입장에 앞서 금속탐지기로 검사를 받고 있다.

아이치현은 ‘제한적인’ 전시를 재개하면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전시장 입장 전에 관람객은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하고, 귀중품을 제외하고는 짐은 맡기도록 했다. 가이드 인솔 아래 전시를 관람하고 토론 시간도 넣었다. 이 때문에 자유롭게 개인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실제 시간은 전체 관람 시간 1시간 중 15분에 그쳤다. 전시장 내부에 대한 언론 취재도 금지됐다.

이날 기획전 관람권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던 23살 대학원생 여성은 소녀상 전시가 “일본에서 엄청나게 크게 논란이 됐다. 이런 식의 소동 자체가 ‘2차 성폭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나고야 시민인 야스이 시즈에(59)는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 소녀상이 예술적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소녀상 전시 중지 압력은 일본 우익만 가한 것이 아니다. 아베 신조 정부는 보조금 신청 당시 정부에 상세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트리엔날레 전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7800만엔 지급 거부 결정을 지난달 내린 바 있다. 소녀상 전시가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던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은 이날 아이치문화예술센터 앞과 아이치현청 앞에 주저앉아 전시 재개 반대 시위를 했다. 공공 영역에서도 소녀상 전시 중단 압력은 끊이지 않았으나, 일본 시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그나마 제한적이라도 전시 재개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소녀상 전시 재개 서명운동에도 1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추첨에 당첨돼 전시를 본 다카히로 마사아미는 “위안부 피해는 부정할 수 없다. 이걸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문제”라며 “소녀상에 대해 쓴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괜찮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 실행위원 오카모토 유카는 “어려움 끝에 여기까지 와서 기쁘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전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고야/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8일 일본 아이치현 아이치문화예술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를 보려는 시민이 짐을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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