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6 15:03
수정 : 2019.11.0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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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앞줄 가운데) 등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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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시민모임’ 6일 기자회견
문 의장의 ‘1+1+α 기금 설립안’ 제안에 비판 성명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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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앞줄 가운데) 등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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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일본 정부의 사죄가 빠진 기부금은 필요 없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한·일 기업, 국민의 성금 모금을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으로 제시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광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의장이 제안한 ‘1+1+α(알파) 기금 설립안’을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문에서 “일본 전범기업과 한일 청구권 자금으로 수혜를 본 한국 기업, 기금 참여를 희망하는 한·일 기업, 국민까지 포함해 조성한 기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자는 문 의장의 제안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과거에도 199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민간 기금을 지급하려다 반발을 산 ‘아시아여성기금’과 2015년 사죄 없이 10억엔을 받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봉합하려고 해 국민이 분노했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돈만 지급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30일, 11월29일 우리 대법원은 전범 기업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묻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 기업들은 배상은 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대화 요구마저 묵살하고 있다”며 “일본 몰염치가 지속하고 있고 3·1운동 100주년이자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우리 정부는 오히려 가해자에 면책을 주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는 이상갑 변호사는 오는 22일 종료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길 원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부담감을 느낀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 변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 징용 해법은 역사적 사실 인정, 사죄, 배상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앞선 절차는 배제한 채 돈 문제만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문 의장 뿐 아니라 과거사 해법을 제시하는 모든 사람들은 단 한번도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문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 해결을 수재민이나 불우이웃 돕기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발언은 지난 74년간 홀로 싸워온 피해자들에게 대단히 모욕적이고 그동안 지켜온 존엄을 해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 사실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사죄 한마디 없다는 것은 우리더러 나이가 많으니 어서 죽으라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우리 앞에 사죄하고 책임감 있는 배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5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학생들에게 한 특별강연에서 한·일 기업의 기부금과 양국 국민 성금, ‘화해·치유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포함하는 ‘1+1+α 방안’을 제안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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