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4 20:17
수정 : 2019.12.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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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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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이 살린 대화, 앞으로 과제는]
두 정상 대화 불씨 유지 공감대
양국 관계 복원 중대한 전환점
갈등 악화땐 양국 모두 피해 인식
강제동원 문제엔 팽팽히 맞서
아베 “한국 책임으로 해결책 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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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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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4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풀 구체적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어렵게 살린 대화의 불씨를 유지하자는 공감대는 이뤘다. 한·일은 당분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에 집중하겠지만, 난제는 여전히 많아 보인다.
불과 한두달 전까지 날카롭게 맞섰던 양국의 관계를 고려하면, 1년3개월 만에 열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관계 복원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일 사이에 인식 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대화 분위기로 전환된 것만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이 대화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갈등이 더 악화될 경우 양국 모두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보복→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을 거치며 한·일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양국의 경제적 타격은 물론 동아시아 안보에도 영향이 미쳤다. 아베 총리로서도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벚꽃 스캔들’로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데다,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절박함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일 정부는 진행되고 있는 수출규제 협의에 속도를 내겠지만,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의 경우 입장 차이가 커 해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날도 강제동원 문제를 놓고 양국은 팽팽히 맞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제동원과 관련해 양 정상은 서로 입장 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국교정상화 기초가 된 일-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이 안 지켜지면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한국 쪽의 책임으로 (강제동원)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 쪽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요구는 일본 쪽이 기존보다도 더 강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는 데는 합의했다. 진창수 수석연구위원은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의 피해자들이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피해자들이 반대하는 만큼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한·일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규제와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할 대화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손해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한·일 양국에 부담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올해 5월부터 일본제철에 대해 현금화 명령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라는 리스크만 현실화되지 않으면 수출규제는 내년 1월 말 정도까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해결의 시간을 계속 미룰 경우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검토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한·일 역사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채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식민지 지배 불법성 등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한·일의 해석이 달라, 역사 문제를 놓고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일 역사·법률 전문가, 가능하다면 제3국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해석의 차이를 없애는 등 역사 해결의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dandy@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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