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4 12:22
수정 : 2019.09.24 21:54
|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전국 수백곳도 통행 기록…확산 우려
김포 이어 또 파주·강화서 4·5번째 확진
차로 연결된 농장 수백곳 검사중
|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처음으로 확인된 뒤 일주일 사이 주변 지역에서 추가 발생이 잇따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현재까지 확진된 농장들 모두 차량 이동에 따른 ‘역학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전국에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중점관리지역을 6개 시·군에서 경기·인천·강원 전체로 확대했다. 국가정보원은 돼지열병이 북한에서 남하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과 인천 강화군의 돼지농장 두 곳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파주시 연다산동의 돼지농장을 시작으로 18일 경기 연천군 백학면, 23일 김포시 통진읍에 이어 이날 두 곳의 농가에서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다섯곳으로 늘었다. 농식품부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확진 판정이 난 파주 농장은 지난 18일 두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의 농장과 7㎞쯤 떨어져 있어 기존 방역대 안에 있다. 어미돼지 200마리를 포함해 2300여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이 농장에선 지난 23일 어미돼지 세 마리가 유산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여 농장주가 파주시에 의심 신고를 했다. 강화 농장의 경우 이날 예찰(혈청검사) 과정에서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애초 농식품부는 1차 발생 농장(파주 연다산동)과 2차 발생 농장(연천 백학면) 사이를 직접 오간 차량이 없어 역학관계가 낮은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1·2차 발생 농장을 오간 차량이 동일한 제3의 시설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1·2차 농장 사이에서 직접 전파된 것이 아니라, 제3의 시설을 통해 전파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추가로 확진된 3차(김포 통진읍), 4차(파주 적성면) 발생 농장에서도 1·2차 발생 농장을 다닌 동일 차량의 통행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4차 발생 농장의 경우 이미 역학관계 농장으로 분류돼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밀검사 결과가 며칠 사이 ‘음성’에서 ‘확진’으로 뒤집힌 것이다. 박 실장은 “한 농장당 8~16마리만을 대상으로 한 검사인데다 초기 잠복기의 경우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음성이 나올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생 농가가 모두 역학관계에 있고, 잠복기와 증상 발현 뒤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차량을 통해 이미 다른 지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차 발생 농장과 직간접으로 차량 통행 기록이 있는 농장과 시설은 총 328곳으로, 경기 252곳, 강원 60곳, 충남 13곳, 인천 3곳, 충북 1곳이다. 2차 발생 농장의 경우 경기 147곳, 강원 15곳, 충남 6곳, 전남 4곳, 경북 3곳, 인천·충북 2곳 등 총 179곳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장에 대해 첫 발생일인 17일부터 3주간 이동을 제한하고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장은 “잠복기인 3주 이내에 발생하는 농장들은 첫 발견 시점 이전에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진 관리 범위 안에서 발생 중이라 방역이 뚫렸다고 보긴 힘들지만, 다른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차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며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병 신고를 한 후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창궐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남쪽 접경지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범정부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을 기존 6개 시·군(경기 김포·포천·동두천·파주·연천, 강원 철원)에서 경기·인천·강원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의 돼지농장과 출입차량, 사료공장, 도축장 등을 대상으로 26일 낮 12시까지 일시 이동중지 명령도 발령했다.
최예린 박기용 기자
floy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