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7 05:00
수정 : 2019.09.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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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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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 “남한도 절멸 상태 될 것”
정부 “축사 내 사육이고 방역 체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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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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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방역 상황을 두고 ‘돼지 절멸’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 “몇달 안으로 한반도에 돼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자, 정부는 “우린 북한이나 동남아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매뉴얼만 충실히 따른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6일 일부 언론 매체들은 문정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인용해 “한반도 남쪽도 돼지 절멸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라 보도했다.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북한이 결국 방역에 실패했단 소식이 국정원을 통해 전해지자,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문 교수는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북쪽에서는 몇달 안으로 돼지가 거의 멸종 상태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 남쪽도 이제 지옥문이 활짝 열렸다. 남쪽에서도 돼지는 절멸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바로 해명자료를 내어 “문 교수 주장에 근거가 없고 불필요하게 과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과 한국의 사육환경, 방역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해명을 보면, 한국의 돼지 사육환경은 기본적으로 축사시설이 현대화돼 있고 거의 방목 없이 축사 안에서 사육하는데다, 잔반 급여 농가도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 설치도 확대하는 중이다. ‘절멸’ 수준의 전망은 지나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수의·방역 분야 전문가들도 한국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확산한 중국이나 동남아, 북한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이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을 겪는 과정에서 방역을 체계화한 편이라 동일선상의 추정은 부적절하단 것이다.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방역 체계를 잘 갖춘 유럽은 아시아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봤다”며 “한국도 최근 몇년 사이 진단 시간을 4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당겼다. 진단이 빠르면 조치도 빠르다.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장도 “상황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절멸’은 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사료에 열처리를 하지 않은 돼지 피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 피를 통해 질병이 확산한다. 또 신고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는데다, 방역 잘못에 대해 공무원이 책임지게 해놔서 병이 발생해도 덮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또한 “중국에선 산 돼지, 아픈 돼지, 죽은 돼지고기 시장이 가격만 차등화돼 형성돼 있다. 매몰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도축장 역시 우리처럼 공무원들이 관리하지 않고 자체 검사를 해버린다. 심지어 시장 가격 조정을 위해 일부러 병을 퍼뜨린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을 보상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벌칙이 있는데다 돼지고기 시장이 단일한 한국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무엇보다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0~2011년 구제역 때 최초 발생 지역인 안동에서 한달가량 잘 묶었는데 차량 이동 통제를 어긴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퍼져갔다”며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그대로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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