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맹세코 업무수첩 아니다”…검찰 도감청 의혹도 제기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3일 기자회견, ‘업무수첩’ 관련 검찰수사와 언론보도 반박
검찰의 도·감청 의혹도 제기…대검과 법무부에 조사 요청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물로 지목돼 ‘하명수사’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일부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는 업무수첩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압수한 제 수첩에 2018년 3월31일 저와 송철호 변호사(현 울산시장), 정몽주(울산시 정무특보)씨가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모여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해 회의를 한 것처럼 적혀있는 데 이는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 그날 청와대 인근에서 4자회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조사 초기에 이런 사실이 기억나지 않아 판단이 흐려진채 3번이나 참석자를 바꿔 진술했으나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기에 그날 행적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날은 토요일이였고 지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5번째 조사에서 제대로 진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압수된 제 수첩을 업무수첩으로 단정하고, 언론도 이를 공공연히 ‘스모킹건’이라며 기사화 하지만 맹세컨데 이 수첩은 업무수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수첩은 통상 직장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6하원칙에 따라 장소·시간·계획·실행 등이 상세히 기록된 것이지만 제 수첩은 어느 스님과의 대화 등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과 소회·발상·풍문 등을 적은 일기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 검찰이 제 메모 중 특히 선거와 관련된 부분만 추출해 저를 조사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제 기억에 없거나 머릿속의 생각을 적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또 검찰의 도·감청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0일 오후 변호사 입회하에 검찰조사를 받으며 2018년 3월31일자 관련 사실의 잘못된 진술을 바로잡을 때 검사가 갑자기 녹취록을 들려주면서 ‘이 대화내용으로 보아 당신과 송철호 시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녹취내용은 주로 제가 진술한 내용을 송 시장께 전하면서 ‘2018년 3월31일자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기록에 대해서는 제가 후보자님과 같이 만났다고 했으니 참고하시라’는 내용이었다. 제가 3번째 진술을 마치고 집에 있었을 때 지난 15일 송 시장과 처음 통화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인 대화까지 녹음한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그 자리에서 검찰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합법적 영장에 의해 진행한 것인지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일상적인 통화는 물론 가족들과 집에서조차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놓였다. 저는 수사과정에서 불법 감청이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인지 조사하고 판단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2017년 10월11일 청와대 인근 식당 모임과 관련해서도 “이날 모임은 강길부 국회의원실에서 보좌관이 주선한 모임이다. 강 의원 쪽은 자신의 지역구 울주군에 산재모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오랜세월 노력해왔으나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심사에서 탈락할 것이 예견되자 어떻게든 이를 통과시키려 노력하던 때였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송철호 변호사(현 울산시장)는 산재모병원의 예타 심사가 통과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주변에선 김기현 당시 시장을 도와주는 것이 된다고 이야기 했지만 송 변호사는 울산에 도움되는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선거의 득실을 따져서는 안된다며 주위의 반대를 뿌리쳤다. 김기현 전 시장이 그 무렵에 산재모병원 예타 심사 다 통과되게 됐는데 송 변호사가 막았다는 것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그와 관련한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12월부터 언론의 대대적인 전화요청에 휴대폰을 꺼두었다. 지난 5일 병원에 가면서 부득이하게 연락을 취할 필요가 생겨 비서가 건네준 비서 개인 휴대폰을 갖고 있다가 6일 새벽 검찰의 출석요청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승용차로 상경하면서 그대로 갖고 갔다. 그리고 검찰에 도착해 모두 제출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곧바로 ‘송병기 차명폰 확보’ 등으로 기사화돼 나갔다. 제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조사 내용이 실시간으로 뉴스화돼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입회한 변호사를 통해 알수 있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검찰조사가 생중계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포와 공황상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