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16 18:12 수정 : 2019.12.17 09:53

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기후변화에 맞서 등교거부 운동을 벌이며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한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얼마 전 6학년인 아들 녀석도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툰베리와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어른들은 왜 그러냐고 눈을 흘겼다. 어른으로서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일이다.

누가 뭐래도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십대의 소년소녀들에게는 그들의 미래다. 현재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도 높은데 최근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골드만삭스가 펴낸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며 물부족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세계의 주요 대도시들이 폭풍과 고온,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특별보고서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 45%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지난 15일 폐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각국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실망을 던져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파리협정에서도 탈퇴하여 비난을 사고 있다.

학계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스턴 보고서로 유명한 니컬러스 스턴 교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기후변화를 막는 것은 정치와 제도의 문제지만 경제학자들은 이에 충분히 관심을 쏟고 연구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가 지난해 환경문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지만, 그의 비용과 편익 추정도 기후변화의 비용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이들이 화가 날 만도 하다. 다행히도 이제 일부 어른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담대한 노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뉴딜’이라 불리는 이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 달성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공공투자를 수행하여 친환경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불평등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샌더스는 10년간 16조3천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2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과 개도국을 대폭 지원하는 그린뉴딜 공약을 제시했고, 워런과 바이든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이들의 관점은 경제성장과 환경보호가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탈성장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성장을 통한 삶의 개선과 함께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그린뉴딜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샌더스는 화석연료 자본에 대한 세금 부과와 부자증세를 통한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한다. 한편 최근의 거시경제학 연구들이 보여주듯 금리가 매우 낮은 현실에서는 정부가 빚을 늘리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공공투자가 성장과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총수요가 부족한 현실에서 그린뉴딜은 재정확장을 통해 경기를 자극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소위 고압경제의 실현은 성장 촉진과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한 경제학자는 그린뉴딜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은 틀렸으며 올바른 질문은 충분히 돈을 쓰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지구가 뜨거운데,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주요 20개국(G20) 중 4위이며 최근 증가율은 선진국 가운데 최고로 높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61개국 중에서 58위를 기록할 정도로 부족하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로 높이고 온실가스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생산적인 재정확장과 결합시키는, 공공투자를 포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과 정치권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너무 오랫동안 정치인과 권력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어요. … 우리는 우리의 숙제를 했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거예요.”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