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4 15:01
수정 : 2019.11.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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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하의·신의면 주민들이 지난달 28일 신의면사무소에서 내 고장 학교 보내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하의고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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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고교 7곳의 수험생 139명 원정 시험
“후배들은 섬 고사장에서 시험 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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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하의·신의면 주민들이 지난달 28일 신의면사무소에서 내 고장 학교 보내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하의고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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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하의고 3학년 수험생 9명은 12~14일 3박4일 동안 목포에서 원정 수능을 치렀다. 이들은 애초 수능 전날 떠날 예정이었으나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 바람에 하루 앞당겨 시험 이틀 전인 12일 섬을 떠났다. 이들은 수능 당일인 14일에도 막배가 떠난 뒤 시험이 끝나기 때문에 하루를 더 묵어야 한다.
한 학생은 “힘들 때 가족의 위로와 격려를 받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시험날 아침 집밥을 먹고 가까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면 한결 마음이 편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긴장 속에 선박으로 이동하고 모텔에서 생활하는 등 여건이 불리하다. 수능 치르는 일이 옛날 한양에 과거보러 가는 것만큼 고되다. 후배들은 섬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완도 금일고 학생 10명도 1박2일 일정으로 인근 강진에서 수능을 치렀다. 금일고 수험생은 몇해 전까지 완도고에 배치돼 2박3일 일정이 불가피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진으로 고사장이 바뀐 덕분에 일정이 줄었다.
전남에서 수능을 위해 섬에서 뭍으로 이동한 수험생은 고교 7곳에 모두 139명에 이른다. 지역별로 신안 도초고 64명, 여수 여남고 23명, 완도 노화고 15명, 진도 조도고 12명, 임자고 6명 등이다.
섬 학교에서는 학생의 불편과 심신의 피로를 들며 인근에 고사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교육부는 시험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들의 처지를 고려해 수험생 1명당 1박은 10만원, 2박은 15만원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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