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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17:09 수정 : 2020.01.14 02:43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12일 <시비에스>(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이 미 대사관 4곳을 폭파시킬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본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비에스 방송 화면 갈무리

트럼프 “이란, 미대사관 4곳 폭파 계획” 발언에
에스퍼 “공격 이뤄질 수 있다 믿었던 것” 물타기

국무부선 폼페이오 ‘공격 임박 언급은 실수’ 평가도
NYT “정부 혼선에 솔레이마니 제거 타당성 논쟁 심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12일 <시비에스>(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이 미 대사관 4곳을 폭파시킬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본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비에스 방송 화면 갈무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암살 구실이 된 이란의 ‘임박한 공격’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틀 전 “이란이 미 대사관 4곳을 폭파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에스퍼 장관을 비롯해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단언할 만한 딱 떨어지는 ‘증거’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불붙고 있다.

에스퍼는 이날 <시비에스>(CBS) 시사프로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 대사관 4곳이 위협받고 있었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위협이 있었는지 밝혀달라”는 앵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이라기보다 평가처럼 들린다’는 앵커의 말에 “대통령은 실체가 있다고 구체적인 증거를 들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말한 것은, 아마도 다른 대사관들에 대해서도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고 ‘믿었다’는 얘기고, 나 역시 그 견해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폭스 뉴스>의 시사프로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아무리 정교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목표물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건 늘 어렵다”며 “미국 시설에 대한 위협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금 그 대상이 기지가 될지 대사관이 될지, 알다시피 그건 공격이 이뤄질 때까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스퍼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말을 전면 부인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물타기를 한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란의 임박한 공격과 관련해 확실한 단일 정보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은 모자이크 짜 맞추듯 다양한 정보 조각을 모아보았을 때, 솔레이마니가 레바논과 예멘, 이라크 등의 대리세력을 조직해 미 대사관과 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봤다고 얘기했다. 심지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정보기관이 제시한 특이성 수준에 비춰볼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인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공격이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은 실수라고까지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에스퍼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솔레이마니 제거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을 심화시키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계기가 됐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가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군사작전 정당화에 쓰이는 정보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져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도전을 안게 됐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안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에이비시>(ABC) 방송이 지난 10~11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성인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4.8%포인트)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조처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2%는 솔레이마니 암살이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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