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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1 15:51 수정 : 2019.03.22 08:22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_한국당의 ‘메시지 경쟁’

‘센 발언’ 앞다퉈 나서는 의원들
의총·특위 열어 정부여당 성토
과도한 발언 경쟁에 내부 피로감도
“이목 끌려다 중도층 놓칠 수 있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지층으로부터 “속 시원한 사이다”라는 환호를 끌어낸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 효과 덕분일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이 열렸지만, 이럴 때일수록 ‘몸조심’해야 한다는 내부 우려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 자극적인 발언 경쟁에 휘말릴 경우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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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상승에 입 트인 의원들

최근 ‘패스트트랙 총력 저지 투쟁’ 중인 한국당 의원들의 하루는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일 7시30분 조찬 기도회로 아침을 연 한국당 의원들은 8시30분 ‘당직자 임명식 및 4·3 필승 선거 대책회의’, 9시30분 원내대책회의, 10시에는 ‘4대강 보 파괴 저지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에 이어 참석했고 낮1시30분에는 패스트트랙 대응 논의를 위한 비상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이날은 2시에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날이었다. 본회의 산회 직후 재소집 예정이던 의원총회는, 대정부질문이 저녁6시를 넘기고서야 취소됐다.

당 아침회의는 최고위원 뿐 아니라 상임위원장이나 중진의원들까지 규모를 확대해 열린다. 의원 전원 참석 대상인 ‘비상 의원총회’도 수시 소집된다. 나 원내대표가 직접 의총 출석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 현안을 바탕으로 대여투쟁 활동을 하기 위한 특위 및 진상조사단도 대거 꾸려 활동중이다. 이번 지도부에서 출범한 것만 △좌파독재저지 특위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미세먼지대책 특위 △재앙적 탈원전 정책 저지 특위 △소득주도성장 폐기 및 경제활력 되살리기 특위 △문재인 정부 사법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수호 특위 △한국방송(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안전안심365 특위 △김경수-드루킹 게이트 특위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나라살림 조작사건(신재민 폭로) 진상조사단 △손혜원 랜드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등이다.

물론, 대정부 질의와 청문회도 대응해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공수처 반대 등 현안 관련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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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의총 정치’, “시끄러운데 ‘한방’ 없다”

‘말’로써 정부여당과의 전쟁을 치러야하는 야당 의원들에겐 본격적인 ‘판’이 깔린 셈이지만, 의원들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내 사기는 최고조이지만, ‘의총 정치’ ‘특위 정치’로 지나치게 많은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돼 ‘체력 소모’가 심하다. 무엇보다 정부 성토 발언의 강도는 높은데,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한방’이 보이지 않는 점은 고민거리다.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떠들 뿐”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실제로 20일 빠듯한 시간에 치러진 비상의총 때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인 김태흠 의원이 추가 공개발언을 요구하자, 의원석에선 “다음에 하지” 불만이 터져나왔다. 발언 직후엔 일부 의원들은 “하나마나한 소리”라고 투덜거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아침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았으면 새로운 팩트나, 적어도 앞서 말한 의원과 겹치지 않는 주제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카메라를 모아놓고 이미 언론에 다 나온 이야기를 또 떠들더라. 시간 낭비다.” (ㄱ의원)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에 지지층이 환호하고, 또 황 대표는 이제 공천까지 책임지지 않나? 집안이 잘 되니까, 중앙정치를 꺼리던 의원들까지 얼굴을 비추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ㄴ의원)

아침회의 공개발언이 1시간을 넘기는 일도 빈번해졌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공개발언은 대개 30분 내외였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정도만 주로 언론에 소개되고, 다른 의원들의 공개 발언이 기사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 성토로 고조된 당 내 분위기는 외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이어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의원들이 번갈아 마이크를 잡으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1000여명의 소상공인들은 토론 시작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네번째 의원 발언 순서엔 참석자들이 “토론회나 시작하라”고 야유하기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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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에 판 깔아줬나… ‘자제’ 기류도

한편 ‘신적폐 저지’를 공약했던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과거 여론의 눈치를 봤던 ‘친박(근혜)’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일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홍문종 의원은 “요즘 정부에서 (황교안) 당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에 관한 깎아내리기와 음해가 엄청 심해지고 있다”면서 “우리 당 음해의 원조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금기시된 주제인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해 친박계를 향한 쓴 소리를 했던 조대원 경기 고양 당협위원장이 최근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직에 내정됐다가 보류된 것도, 입김이 커진 친박계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에서 홍영표 위원장의 운영방식에 항의해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런 가운데 당 내에선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불 붙은 ‘주목 경쟁’이 자칫 집토끼를 놓고 다투는 ‘선명성 경쟁’으로 귀결되거나, 중도층에게 ‘친박 회귀’로 해석된다면 지지율 상승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념 공세’의 선봉에 선 황교안 대표는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개입 의혹 등을 받고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으로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중도보수가 이탈하지 않는 ‘선’ 안에서 치밀한 대여투쟁 전략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의원은 “현 정권의 실책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우리 당의 발언이나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껴질 경우 균형을 잡으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도부에서도 의원들에게 ‘메시지에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0.2%p오른 31.9%였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도 지난주 대비 3.3%p 올라 39.9%를 기록하며 3주간 하락세에서 반등했다. tbs 의뢰로 지난 18∼20일 전국 유권자 1천509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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