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5 05:00
수정 : 2018.05.15 09:33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생리대가 보여주는 아프리카 여성인권
가난탓 화장지·낡은 천 잘라 사용
생리·조혼으로 35%가 학업 중단
우간다 진자마을 초등학교 학생자치회
성교육·생리대 만드는법 전수나서
우간다 남부 관광도시 진자 지역의 비포장도로를 달려 어느 한 골목에 들어서자 담장이 곧 무너질듯한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났다. 이 작은 마을에도 ‘자랑거리’는 하나 있었다. 키마사 초등학교다. 지난 10일 이 학교를 찾았을 때, 학생들이 모여서 ‘인형극’을 감상하고 있었다. 따가운 햇볕에도 150여명의 학생들은 운동장에 앉아 작은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형극은 여학생들이 성폭행 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법 등 성교육 내용을 담았다. 인형극을 보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생동감 넘치는 줄거리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학교 학생자치조직 ‘걸스 앰배서더’가 준비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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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우간다 진자에 있는 키마사 초등학교에서 ‘걸스 앰배서더’ 소속 학생들이 인형극으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고 있다. 진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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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이 끝나자 걸스 앰배서더는 생리대 키트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생리대 키트 안에는 면생리대 2개, 여유 패드 5개,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생리대 1개 등이 들어있다. 걸스 앰배서더는 생리대 만드는 방법도 전수했다. 가정 형편상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가 우간다에서 조사한 생리대 사용현황을 보면, 화장지(32.7%)가 가장 많았고, 낡은 옷조각(31.7%), 일회용 생리대(25.4%), 깔개(10.2%) 등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에게 나눠준 생리대 키트는 굿네이버스가 지원했다.
이 학교에서 만난 나마키카 레지나(13)는 걸스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었다. 인형극의 시나리오 선정부터 극 진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자신도 생리대 키트에 들어있던 생리대를 깨끗이 빨아 쓰고 있다고 했다. 그전까지 레지나의 어머니는 중고 아동복을 사와 잘라서 생리대로 쓰게 했다. 다섯 남매는 하루 3000실링(우리 돈 860원)이 전부인 어머니의 수입으로 사는데, 우간다의 생리대 한 팩 가격은 2000실링 정도다. 레지나는 “이 활동을 하면서 생리에 관해 미리 배웠고, 초경 때 조금 당황했지만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악한 생리대 문제는 여성 인권 문제 전반과 닿아 있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아프리카 여학생의 10%는 생리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우간다 시골 지역 8개 학교 여학생 1124명을 조사했더니, 생리대가 없거나 성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의 결석률은 그렇지 않은 아동의 경우보다 17% 높았다. 우간다 여성들은 이처럼 생리 시작을 전후해 교육의 사다리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 이후엔 조혼으로 인해 우간다 여학생의 35%가 학교를 그만둔다. 생리하는 여성과 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해, 여성들의 사회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면 생리대를 지원하고 생리와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은 질병과 폭력, 저소득의 굴레에 갇힌 여성 인권을 개선하는 데 작지만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다. 걸스 앰배서더는 그 작은 희망의 사다리를 놓고 있었다.
진자/유덕관 전종휘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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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우간다 진자 키마사 초등학교에서 굿네이버스 직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마친 뒤 생리대를 나눠주고 있다. 진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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