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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7 04:59 수정 : 2018.07.17 09:44

시민단체 ‘여성의 힘’ 사비타 부대표가 지난 2일(현지시각) 인도 하리아나주 사무실에서 힌디어로 ‘사랑, 신앙, 평등에서 평화가 될 수 있다’고 쓴 ‘한장의 평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하리아나/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⑭ 인도-명예살인
인터뷰∥시민단체 ‘여성의 힘’ 사비타 부대표

출신계급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
“모디 정부 출범 뒤 더 늘어나
다른 계급과 결혼 국회의원마저
다음 선거 의식해 한마디도 안해
상류층이 계급간 결혼 강경 반대”

시민단체 ‘여성의 힘’ 사비타 부대표가 지난 2일(현지시각) 인도 하리아나주 사무실에서 힌디어로 ‘사랑, 신앙, 평등에서 평화가 될 수 있다’고 쓴 ‘한장의 평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하리아나/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도 하리아나주를 근거지로 ‘명예살인’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시민단체 ‘여성의 힘’의 사비타(35) 부대표는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 여성을 향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무능한 정치를 꼽았다.

사비타 부대표는 “중요한 건 정치다. 정치는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교육할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 이 나라에서 계급 갈등, 종교 갈등이 되레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모디 총리는 바이샤와 수드라 사이 하층 계급 출신으로, 4년 전 취임할 때만 해도 계급 문제를 빨리 해소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모디 총리가 상대적으로 계급이 높고 기득권을 가진 자트 계급을 향해 구애를 계속하고, 계급을 넘어선 결혼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탓에 ‘명예살인’이 더 기승을 부리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비타 부대표는 인도 중동부에 있는 차티스가르주의 학교들에서 “여성들이 자꾸 사회에 나와 일을 하는 바람에 남자들 일자리가 없다. 여성들이 집에만 있으면 문제가 사라진다”는 식으로 가르치는데도 중앙정부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인도 대법원은 지난 3월 불가촉천민을 학대하는 이들을 즉시 체포하도록 하는 현행법 조항의 적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해 하층민 계급의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이 힌두교의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강화하면서 무슬림 등 다른 종교 세력의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하리아나주에서만 1년에 20건의 명예살인 사건이 난다. 모디가 총리가 된 뒤 명예살인이 더 느는 듯하다. 이 나라에선 테러로 죽는 사람보다 명예살인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다른 계급과 결혼한 국회의원들마저 다음 선거를 의식해 명예살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지난 3일(현지시각) 인도 하리아나주 히사르시 도로변에서 주민들이 소똥을 지고 가고 있다. 하리아나/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비타 부대표는 명예살인에는 재산 문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인도에서는 법적으로 아들과 딸에게 평등하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 구조적으로 계급 간 결혼이 늘수록 경제력의 격차는 줄어든다. 재산이 많은 상위 계급이 계급 간 결혼에 더욱 강경하게 반대하는 배경이다.

델리에선 2012년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일부 남성 승객이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비타 부대표는 이 사건과 명예살인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공통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여자가 왜 밤늦게 집에 안 들어가고 버스를 타느냐고 하고, 말싸움이 나면 ‘잘못했다’고 하면 되지 왜 싸우느냐고 해요. 여자의 결혼 상대는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이 정하는 거라고 하죠.”

‘여성의 힘’은 2007년 출범했다. 당시 계급 차이를 넘어 남녀 한쌍이 결혼을 한 뒤 경찰관과 함께 가는데, 마을 사람들이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이들을 죽이고 강물에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며칠 뒤 주검이 떠오르자 경찰은 ‘자살’로 처리하려고 했다. 이때 사비타를 비롯한 ‘여성의 힘’ 활동가들이 발 벗고 나서 타살을 주장한 끝에 범인들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현재 인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리아나/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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