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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30 18:55 수정 : 2018.07.30 21:08

라오스 댐 붕괴 참사 8일째인 30일 오전(현지시각) 아타푸주 사남사이에 있는 한 대피소에서 피해 주민들이 먹을거리와 옷가지 등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구호단체 직원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라오스 댐 붕괴 대피 현장

수천명 대피한 사남사이시
참사 8일째 11번째 주검 이송
마을 공연장이 희생자 분향소로

이재민들, 소식 끊긴 가족 찾아
잔인한 기다림 이어지는 나날
운 좋게 참사 모면한 40대 남성
친척 찾아 서너번씩 분향소 들러

댐 아래 마을 타생찬 주민들
“진흙 3m나 덮여 돌아갈 수도 없다”

라오스 댐 붕괴 참사 8일째인 30일 오전(현지시각) 아타푸주 사남사이에 있는 한 대피소에서 피해 주민들이 먹을거리와 옷가지 등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구호단체 직원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들은 차가운 바닥에 누운 아이를 향해 쉼 없이 물을 부었다. 그러잖아도 너무 많은 물에 숨이 멎기도 전에 혼절했을 아이에게 구조대원들이 바가지로 계속 물을 끼얹었다. 가서 말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의 몸에서 흙탕물이 튀었다. 그렇게 아이는 조금씩 깨끗해졌다.

보조댐 붕괴 참사를 겪은 지 여드레째 되는 30일 낮 12시(현지시각) 안팎. 전역이 대피소로 설정된 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시내 한쪽 마을공연장에 11번째 주검이 도착했다. 주검은 중국 구조대원들이 도요타 픽업트럭의 짐칸에 싣고 왔다. 비닐에 둘둘 말린 주검이 두 구조대원에 들려 세척장으로 향했다.

주검은 너무나 가볍게 들렸다. 몸체를 에워싼 비닐의 길이도 너무 짧았다. 1시간 전 처리가 끝난 10번 주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린아이임이 분명했다. 주민들이 몰려들자 라오스 군 관계자들이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현장 공무원이 나눠준 간이 마스크 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냄새가 훅 밀고 들어왔다. 라오스에 있는 나흘 동안 참으로 보기 힘들었던 햇살이 내리쬐어 후텁지근함이 더한 가운데 보슬비가 내렸다. 빗물은 미지근했다.

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마을공연장에 차려진 임시 영안소에서 구조대원들이 30일 오전에 도착한 10번 주검을 관에 넣기 위해 천으로 감싸고 있다. 아타푸/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마을공연장 무대 아래쪽엔 통상의 관보다 훨씬 큰 직육면체 형태의 냉동고가 놓였다. 그 앞엔 촛불과 향이 켜졌다. 한쪽엔 고인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옆 냉동고 위엔 망자를 위한 노잣돈인 듯 라오스 지폐 수십장이 집게에 꽂혀 펄럭였다.

마을공연장은 평소 사회주의 정권의 중앙 고위 관리가 올 때 인민들의 집합소로 쓰이던 경건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죽은 이들을 위한 분향소다. 그러나 온전히 추모만 하기에는 참극의 상처가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현장 관리를 맡은 사남사이시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30대 남성은 “저 아이는 이번에 큰 피해를 본 마이마을에서 발굴됐다”며 “이곳에서 신원이 확인되고 가족을 찾은 주검은 근처 화장장에서 화장해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우리도 몸은 힘들다. 그래도 다 같은 동네 사람들인데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하니 속상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영안소가 돼버린 마을공연장 주변엔 군용 천막 5개가 ㄱ자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 이곳이 군에 의해 통제받는 곳임을 알려줬다. 평화원정대가 “사남사이시청에서 나온 이곳 관리책임자 캄만 폼마생에게 사전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자 한 군인은 “절대 가까이 다가가서 주검을 찍으면 안 된다”고 거듭 주의를 줬다.

라오스 댐 붕괴 참사 8일째인 30일 오전(현지시각) 아타푸주 사남사이 지역의 더복마을 피해자 대피소에서 아이들이 구호단체로부터 받은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가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삼삼오오 모여 웅성대는 이들은 사남사이 주민 혹은 이재민들이다. 이 중엔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을 잃은 이들도 적잖다. 잃어버린 가족과 친척이 주검으로나마 하루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잔인한 기다림’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멀찍이 서서 공연장 쪽을 지켜보던 40대 남성은 11번 주검과 같은 마이마을에서 왔다고 했다. 사고가 난 23일 밤 사남사이에 볼일 보러 나온 덕에 운 좋게 목숨을 건졌다. 그는 역시 큰 피해를 본 힌랏마을에 살던 삼촌의 주검을 찾았다. 아직 찾지 못한 친척이 더 있다고 했다.

“삼촌은 정이 많고 젊을 적 참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숙모와 조카 둘의 주검은 못 찾았어요. 하루에도 서너번씩은 나와 봐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현재까지 사망이 공식 확인된 11명 가운데 9명은 신원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7명은 장례를 마쳤다고 사남사이시 현장 책임자 캄만 폼마생이 밝혔다. 폼마생은 “주검이 들어올 때마다 이곳 사무실에서 흩어진 대피소마다 전화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는 현재까지 실종자 수를 12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재민은 7300여명에 이른다.

라오스 댐 붕괴 참사 8일째인 30일 오전(현지시각) 아타푸주 사남사이 지역에서 오토바이와 농업용 수레 등이 진흙탕으로 변한 길을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실종자들이 조만간 가족들에게 돌아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날 꼬껑마을 근처에서 평화원정대와 만난 타셍찬마을 주민들은 “우리 동네엔 진흙이 3m 높이로 쌓여 마을로 돌아가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주할 만한 터를 인근에 마련해주면 마을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타셍찬은 가장 상류 쪽에 위치한 마을로, 주민들 사이에 이번 사고의 피해 규모로 첫손 꼽히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발굴 작업이 이뤄지긴 어렵다.

물에 씻긴 11번 주검이 방부 처리를 위한 화학약품 세례를 받은 뒤 깨끗한 비닐로 꽁꽁 동여매졌다. 그러고는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주검이라도 찾길 바라는 수많은 눈들이 그 모습을 소리 없이 지켜봤다. 잔인한 기다림의 끝은 아직 멀어 보였다.

아타푸/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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