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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6 17:30 수정 : 2019.11.06 18:30

2년 전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석했었죠. 그 장본인인 박찬주 전 대장이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당시 제기된 갑질 의혹이란 건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전면 반박을 폈습니다.

박 전 대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대상 1호로 삼으려고 공을 들여온 인물이죠. 그러다 ‘갑질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해명 기자회견을 연 것인데요, 과연 박 전 대장의 주장은 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일까요. 하나 하나 짚어 봤습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2019.11.4 연합뉴스

① 갑질 전혀 없었다?

박 전 대장은 이날 “지금까지 의혹으로 제기된 사안들, 냉장고를 절도하여 가져갔다느니, 전자팔찌를 채워 인신을 구속했다느니, 제 처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 했다느니, 잘못한 병사를 지오피(GOP)로 유배 보냈다느니 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뭐 하나 혐의가 나온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일단 검찰이 지난 4월26일 박 전 대장의 갑질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제기된 박 전 대장 부부의 여러 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본 건 아닙니다.

검찰은 다만 “이런 지시가 가혹행위에 이른다고는 볼 수 없고, 사령관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도 볼 수 없어 무혐의로 결론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행법상 상관의 갑질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나 가혹행위 등의 죄목으로밖에 처벌할 수 없는데, 박 전 대장의 행위에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는 겁니다.

가령 박 전 대장은 공관병들을 전방 GOP에 번갈아 보내거나,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차게 해 수시로 호출했습니다. 여러 공관병 진술을 통해 이 모든 일들은 실제 일어난 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지오피 근무는 국방부 운영지원과가 사병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장의 직권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전자팔찌를 차게 한 것도 얼차려 같은 가혹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이 때문에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하고 고발했던 군인권센터 등은 “검찰이 갑질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알아서 법리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면죄부를 내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와 재항고를 청구해, 현재 대검에 이 사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② 정당한 지시였다?

박 전 대장도 공관병들의 폭로 중 일부 행위는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닙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습니까.” “공관병을 (사적으로) 부려먹은 게 아니라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아들에게 공관에서 바베큐 파티를 열어주며 공관병을 사역에 동원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그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옵니다. 노동전문가 단체인 직장갑질119는 보도자료를 내어 “공관병의 업무가 아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지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로 명백한 갑질, 괴롭힘”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육군규정을 보면, ‘공관병에게 사적 지시, 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가축 사육이나 영농활동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③부인 ‘갑질’은 기소됐다

박 전 대장과 달리 그의 부인에 대해선 검찰도 공관병에 대한 감금과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상황입니다. 현재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공관병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고 있다. 2017.8.7 연합뉴스

박 전 대장은 “두 가지 혐의 모두 제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공관병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공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KBS가 입수해 보도한 검찰 공소장에 나온 부인의 행태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박 전 대장 부인은 ㄱ 공관병에게는 썩은 토마토는 너나 먹으라며 집어던지고,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물을 얼굴에 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ㄴ 공관병에게는 아들에게 부침개를 챙겨주지 않았다며 부침개가 든 봉지를 얼굴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발코니에 있던 화초가 냉해를 입었다며 공관병을 한 시간 동안 발코니에 감금한 사실도 올라 있습니다.

2년 전 폭로돼 국민적 공분을 불렀던 갑질 행위 상당수가 적어도 부인에 의해서는 이뤄진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것입니다.

부인의 갑질이 박 전 대장의 위세를 업지 않고서 과연 가능했을까요. 박 전 대장은 “저는 공관병 갑질 사건을,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부인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20대의 남의 집 귀한 자식들에게 규정을 벗어난 사역을 시키고 폭행, 감금 혐의를 받는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다만 박 전 대장 본인은 처벌할 법리가 애매해 불기소한 사안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반성과 사과보다 억울함과 원한을 앞세운 전직 4성장군의 모습,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형남 군인권센터 기획정책팀장 전화 통화 등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그래픽 정희영 기자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2019.1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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