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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1 22:00 수정 : 2019.12.12 13:46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또 장외투쟁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는 14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친문(재인) 3대 게이트’를 심판하겠다는 명분을 걸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장외 집회로 이끌고 나가는 건 이른바 ‘조국 정국’ 끝물이던 지난 10월 중순 이후 2개월여 만입니다.

황 대표의 장외투쟁 동력은 이번에도 ‘검찰 수사’입니다. 윤석열 검찰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측근 수사 관련 의혹’에 칼을 겨눈 채 청와대와 경찰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여기에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까지 밝혀내라고 요구합니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한편, 국민과 함께 대대적인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검찰 찬스’를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겁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곽상도 특위위원장 등이 11일 국회에서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1월에 청와대 앞에서 8일 간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왜 108석 거대야당 대표가 ‘뜬금포’ 단식을 벌이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등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황교안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리더십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불법 몽골텐트 설치 논란 등도 겹쳤습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바로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를 향한 검찰 압박이 본격화하자,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수사와 보수언론의 중계보도 및 추가 의혹 제기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호기, 이른바 ‘검찰 찬스’를 맞은 겁니다.

이제 황 대표는 ‘문재인 하야’를 요구하는 전광훈 목사 등 극우 기독교 세력과 태극기 부대가 합류해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가 대규모로 확대되기를 기대할 겁니다. 검찰 수사로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층 민심도 다시 이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국 주도권을 잡고 리더십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수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그런데, 이거 어디서 본 듯한 게 낯설지가 않네요. 그렇습니다. 바로 ‘조국 정국’에서 경험했던 공식입니다.

지난 9월16일이었죠.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을 합니다. 이 때도 국회가 아닌 청와대 앞이었죠. 삭발식 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려면 국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싸워주셔야 한다. 지금은 싸우는 길이 이기는 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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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황 대표 삭발을 두고는 조국 사태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늘지 않으면서 지도부 회의론이 제기되는 리더십 위기 탈출용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투쟁 방식까지 빼앗는 ‘정치 쇼’라는 지적도 나왔고요.

그러나 이후 검찰의 ‘먼지털기’식 조국 가족 수사와 언론의 증폭 보도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특히 10월3일 광화문 등에서 연 장외집회에 전광훈 목사 세력 등이 대규모로 결집하면서 황 대표 회의론은 쑥 들어갔고, 황 대표는 위기 탈출에 성공합니다.

10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어떻습니까. 지금과 아주 닮아 보이지 않나요.

황 대표는 당시 경험에 기반해 이번에도 같은 ‘투쟁 공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검찰찬스×전광훈카드=필승’ 공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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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검찰 찬스’란 표현이 불편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든, 청와대 관계자든 불법 혐의가 있어서 검찰이 수사하는 것인데, 그걸 검찰 찬스라고 표현하는 건 마치 검찰이 자유한국당 편을 드는 것처럼 부당하게 표현하는 것 아니냐고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반론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검찰 수사가 편향돼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은 청와대 대상 수사에는 과잉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파고드는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된 수사 대상인 패스트트랙 수사에선 그닥 결기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검찰이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양상을 빚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황 대표의 위기돌파 공식 이번에도 성공할까요?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한층 커진 것 같습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검찰에 대한 불신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최근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한층 깊어지는 듯 합니다. 한편으로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은 계속 쌓여오고 있는 셈이죠.

1995년 남성그룹 R.ef가 히트시킨 ‘이별 공식’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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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되풀이돼 너무 뻔해진 대중문화 속 이별 클리셰를 꼬집는 대목인데요. 황 대표의 ‘투쟁 공식’도 혹시 이런 건 아닌지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자세한 내용,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진행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연출·촬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자료화면 촬영·편집 장나래 황금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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