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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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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올해 노벨화학상 받은 요시노, 엘지 기술 인정
문 대통령 ‘2030년 미래차 1등’ 자신감의 근거
전기차 ‘빅뱅’ 힘입어 시장 잠재력 무한대
2025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도 추월 전망
내년 ‘글로벌 1위’ 도약…2024년 매출 30조 자신
경쟁사 영업비밀 뻬가면, 누가 기술 개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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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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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다. 대통령은 이런 자신감의 근거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충전하면 다시 쓸 수 있는 2차전지) 기술에서 한국 업체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보러 자주 한국 업체에 방문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과 일본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공통으로 강조한 세계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한국 업체가 바로 엘지(LG)화학이다. 2009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전지를 전기차에 적용한 이후 이 분야에서 ‘선구자’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엘지화학의 김종현(60)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에서 만나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배터리 사업의 전망과 엘지화학의 비전을 물었다. 김 사장은 “배터리는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며 “엘지는 1~2년 내 글로벌 1위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엘지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올해 5조원에서 해마다 5조원씩 늘어나 2024년에는 3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연간 조 단위 이익 실현도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엘지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것에 대해 “30년 가까이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 노력의 결과가 물거품이 된다면, 앞으로 누가 기술 개발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터리가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나?
“2차전지에 여러 분야가 있지만 주력은 전기차용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전기차 가격의 25~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문기관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5년에는 (현재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슷한 160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성숙 단계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류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세계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현재 1%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5년에는 15%로 높아지고 2030년에는 30%, 2040년에는 50%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다녀왔는데,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차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더라.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을 빠르게 내놓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그동안 짧은 주행거리, 비싼 차값, 충전 시설 부족이 3대 불편 요인으로 꼽혔는데?
“초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졌다. 배터리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150㎞에 그치고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행거리가 500㎞로 늘고, 1회 충전 시간도 15분 정도로 짧아졌다. 가속력도 일반 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 운전 재미까지 있다. 전기차는 7만~10만달러(7천만~1억원 정도)만 주면, 50만달러(6억원) 하는 일반 슈퍼카보다도 성능이 뛰어나다.”
―시장 전망이 좋으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할 텐데.
“전기차 배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기술이 복잡하고 어렵다. 연구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 생산 장비를 구축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하고, 뛰어난 인력도 필수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으로 한국의 엘지·삼성·에스케이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시에이티엘(CATL)·비야디(BYD) 등 5~6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엘지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위 20개 중에서 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포드·볼보·지엠·르노·현대차 등 13개에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현재는 16~17%로 3위지만, 1~2년 안에 26~27%로 높아져 글로벌 1위로 올라설 것이다. 수주 잔액은 최근 150조원으로 늘어났다.”
―많은 기업이 경기침체로 고전하는데, 배터리는 ‘빅뱅’(대폭발)을 하는 것 같다. 엘지화학의 실적 전망은?
“배터리처럼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사업도 드물 것이다. 올해 전체 전지 사업 매출은 10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5조원 정도이다. 내년부터는 해마다 5조원씩 늘어나, 2024년에는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익은 올해까지는 투자비, 국외 공장 비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충당금 부담이 겹쳐 큰 기대를 안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안정적으로 늘 것이다. 자동차 부품의 특성 때문에 휴대폰처럼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연간 조 단위 이익 실현도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를 했으니, 이제 과실을 거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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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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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의 경쟁력 비결은?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설계 구조·양산 기술 등 3대 요인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들어간 연구개발비만 2조원 이상이다. 전체 전지 사업 임직원 6천명 중에서 연구개발 인력만 2500명에 이른다. 엘지가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인 것도 큰 힘이다. 핵심 소재인 리튬금속산화물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2004년에는 배터리 분리막의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SRS’도 특허를 받았다.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제조 기술과 고유의 ‘파우치 타입’ 디자인도 호평을 받고 있다.”
―사업 초기 어려움이 컸을 텐데?
“1995년 소형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기차 배터리는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엘지시피아이(LGCPI)를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10여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2005년에는 2천억원의 적자가 났다. 당시 전체 엘지화학의 이익과 맞먹는 큰 손실이었다. 내부에서 사업 포기론이 제기됐다. 2009년 엘지 배터리 사업의 향방을 좌우한 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지엠 ‘볼트’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이어 2013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엠이비(MEB) 프로젝트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따냈다.”
―사업 포기 주장을 어떻게 극복했나?
“고 구본무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구 회장은 ‘사업은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신념을 갖고 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든든한 지원자를 자처했다. 사업의 시작도 구 회장에서 비롯됐다. 부회장 시절인 1992년 신사업 발굴을 위해 영국에 갔다 오면서 영국 원자력연구원에서 구한 2차전지 샘플을 가지고 왔다.”
―엘지 전지 사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4%로 높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연구개발은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분야다. 필요하면 밤을 새워야 할 때도 있다. 연구소의 불은 24시간 안 꺼진다는 말도 있지 않나. 외국 기업의 연구소를 가면 저녁에도 일하는 것을 흔히 본다. 엘지는 제도 시행 이후 모든 연구원이 아침 8시30분 동시 출근해서, 오후 5시30분 동시 퇴근한다. 본인의 자유의지로 일을 더 하는 것까지 법이나 제도로 막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연구개발은 일에 대한 열정이 매우 중요한데, 주 52시간제로 인한 직업윤리의 변화도 우려된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겪고 있다. (엘지는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에스케이를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5월에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에스케이가 9월 엘지를 상대로 자동차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을 내자, 엘지도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배터리 사업은 30년 가까이 지속된 과감한 투자와 집념의 결실이다. 경쟁사가 엘지 인력을 빼내가 영업비밀을 유출해서 덤핑 수주를 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그렇게 되면 누가 고생해서 기술 개발을 하겠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필요성 때문이다. 엘지가 보유한 배터리 특허가 1만6천여건이다. 에스케이의 14배로 비교가 안 된다.”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국내 기업끼리 소모전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절차가 명확하고, 1년 반 정도면 1차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국내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또 국내에서는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에 따라 가해 혐의 업체가 관련 자료를 모두 내봐야 한다.”
―엘지(LG)전자도 삼성전자의 ‘QLED(큐엘이디) TV’ 광고를 허위·과장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젊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엘지가 공격적으로 바뀐 것인가?
“회사가 자체 판단한 것이다. 그룹 전체의 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의 배타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외국 기업 단독으로는 중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힘들다. 지리차가 소유한 볼보차와의 인연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볼보와는 오랫동안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중국 업체가 빠르게 추격 중인 상황이라, 기술 유출 위험성이 있을 텐데.
“중국 업체는 분명히 위협 요인이다. 특히 시에이티엘은 경쟁력이 뛰어나다. 엘지와 기술 격차가 2년 정도로, 제품 성능과 품질 안정성 면에서 엘지 기술력의 80% 수준이다. 기술 유출의 부담은 있지만, 필요한 보호 조처와 함께 선제적 기술 개발로 대처할 계획이다.”
―일본의 무역보복 이후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국가적 핵심 과제다. 중소기업과 협력이 중요한데.
“배터리 분야도 일본 의존율이 높다.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국산화, 수입처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장비도 많다. 엘지가 성장할수록 중소·중견 기업도 동반 성장하는 구조다. 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올해 상반기 배터리 장비와 소재 수출이 지난해보다 44%, 21%씩 늘어났다.”
―최근 에너지저장장치의 잇따른 화재가 문제다.
“화재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생산 업체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전체 시스템이 문제 되는 일이 없도록 항구적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다.”
jskwak@hani.co.kr
배터리 ‘글로벌 탑’을 꿈꾸는 ‘평생 엘지맨’
김종현 사장은 누구
김종현 엘지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언론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는 말에도 “특별한 게 있겠느냐”며 겸손해했다.
김 사장은 1984년 엘지화학에 입사한 뒤 올해로 36년째다. 자신도 ‘평생 엘지맨’이라고 말한다. 2009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맡은 뒤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전지사업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았으니, 엘지 배터리 사업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사장은 지난 11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회사의 전지 사업을 많이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매출이 7천억이었는데, 올해 10조원에 육박하니 14배로 커진 셈이다. “처음 왔을 때는 독일 자동차회사에 배터리를 전혀 못 팔았는데, 이후 폴크스바겐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명 브랜드 대부분과 거래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아쉬운 점으로는 “수익성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과 중국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 지리차와 합작 공장 설립 계약을 맺어 중국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며 “배터리 사업이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고 웃었다.
김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용기·슬기·끈기 ‘3기’를 강조한다. “용기는 남들이 모두 옳다고 하는 것도 과감히 반문할 수 있는 소신, 슬기는 현상을 관찰하고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 끈기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집념이다.” 김 사장은 자신의 꿈에 대해 “엘지화학이 배터리 사업 글로벌 ‘넘버원’으로 확실히 자리잡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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