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8 09:20
수정 : 2019.02.28 09:24
짱변의 슬기로운 소송생활
이른바 ‘먹방’으로 유명한 유튜버 A씨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맛집을 방문해서 ‘30분 안에 다 먹으면 공짜’라는 메뉴를 시킨다. A씨는 호기롭게 “제가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라더니 금세 한 그릇을 먹어치웠고, “성공!”을 외치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맞은편 테이블에 있던 손님 B가 다가와 “제가 카메라에 찍히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영상 지워주세요”라는 것이 아닌가? A씨는 “식당에서 찍은 것이고, 연예인처럼 초상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라고 맞섰는데.
스마트폰만 있어도 누구나 쉽게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하고 개인 채널에서 방송하는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관련 법률 분쟁도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런데 많은 1인 미디어 사업자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생각하면서도, 타인의 초상권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촬영 동의를 얻었어도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튜버가 얼마나 될까?
초상권의 정확한 의미부터 알아보자. 초상권이란 자신의 초상(모습)이 함부로 촬영, 공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반드시 얼굴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신체 일부만 촬영되더라도 초상권 침해가 된다. 단, B씨가 나온 영상을 B씨의 지인이 봤을 때 B씨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얼굴이 촬영된 경우에는 침해가 되지만,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신체 일부만 촬영되었다면 초상권 침해가 아니다.
그런데 유튜버 A씨의 주장처럼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식당”에서 찍은 것은 함부로 찍은 것이 아닌 걸까? 실제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불법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공개된 장소라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유튜버 A씨가 식당에서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그 장소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A씨에게 자신의 초상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촬영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초상권에는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 외에도 ‘함부로 공개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촬영한 영상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촬영 동의를 받았더라도 결국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이혼소송 중에 있는 남편이 함부로 아내 얼굴이 나온 가족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촬영 당시에는 동의하에 찍은 사진이었어도, 공개에 대한 동의가 없다면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유튜버 A씨의 생각과 달리, 초상권은 연예인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오히려 공인은 일반인보다 초상권이 좁게 인정된다. 법원은 일정 범위에서는 공인은 “자신의 초상이 언론에 의해 공표되는 것을 감수하여야 한다”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초상권 침해는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일단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니, 유튜버 A씨처럼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하게 방송하기 바란다.
글·그림 장영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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