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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9 19:39 수정 : 2019.06.19 19:47

짱변의 슬기로운 소송 생활

범죄라고 생각하는 일들이지만 실제는 범죄가 아니어서 처벌받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당연히 피해자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범죄인 줄 알았는데 범죄가 아닌 것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 사례 ①

ㄱ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새로운 애인 ㄴ씨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던 ㄱ씨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ㄴ씨의 나이, 직업, 사진 등을 프로필에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 온 남자들에게 ㄴ씨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ㄱ씨는 ㄴ씨인 양 한 것이다. 결국 ㄱ씨는 재판에 넘겨졌는데...

다른 사람을 사칭하고, 그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넘긴 ㄱ씨.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회사나 공공기관 등이 업무를 위해 개인정보를 보관하다가 이를 유출하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지인의 인적사항을 몰래 가지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주더라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ㄱ씨가 ㄴ씨를 사칭하여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행동이 ㄴ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닌 걸까?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 깎이는 내용 그 자체를 공개하는 것을 처벌한다. 그런데 ㄱ씨가 공개한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아니라, ㄴ씨의 인적 사항일 뿐이어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 ㄱ씨는 명예훼손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최종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 사례 ②

최근 출산한 ㄷ씨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 전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아이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인 ㄹ씨가 ㄷ씨의 아이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해서 마치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행세하기 시작했다. 놀란 ㄷ씨는 초상권 침해로 ㄹ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안타깝지만 경찰은 ㄷ씨를 돌려보낼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상권 침해는 당연히 처벌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초상권 침해는 범죄가 아니어서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ㄷ씨는 ㄹ씨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인정되는 손해액이 매우 적어 피해 구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ㄹ씨가 아이 사진을 이용해서 돈을 벌었다면 손해액이 늘어날 수 있다.

▣ 사례 ③

ㅁ씨는 ㅂ씨에게 결혼을 약속하면서 그 전제로 동거했고, 잠자리도 가졌다. 오랜 기간 교제 끝에 ㅂ씨가 ㅁ씨에게 결혼을 준비하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ㅁ씨는 이미 수년 전에 결혼했고 ㅂ씨와는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ㅂ씨는 배신감에 ㅁ씨를 고소하려고 하는데...

혼인빙자간음죄가 더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혼인빙자 사기죄는 어떨까? 과거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기 때문에 혼인빙자 사기죄라는 말도 만들어진 것 같으나, 실제로 혼인빙자 사기죄라는 죄는 없다. 결혼할 것처럼 속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만약 ㅁ씨가 결혼을 전제로 혼수나 금품을 요구하여 ㅂ씨가 사 준 경우에는 사기죄가 되는데, 이것은 ‘혼인빙자’와는 무관한 일반 사기죄에 해당한다.

이처럼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잘못 알려진 행위에 대해 구제받을 길은 없을까? 경찰서에 고소할 순 없지만, 법원에 위자료 청구는 할 수 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정되는 위자료가 너무 소액이어서, 피해의 정도나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글·그림 장영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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