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아내를 흉기로 협박한 남편, 어떤 처벌 받나요?

그림 장영인 변호사

짱변의 슬기로운 소송 생활

그림 장영인 변호사

최근 베트남 출신 아내를 폭행하는 한국인 남편의 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폭행이 겨우 두 살배기 아이 앞에서 벌어졌다는 점, 남편이 평소에도 수시로 폭행을 했다는 사실, 체포된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 등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지금도 가정폭력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흔하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이혼소송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아보자.

일단 폭행을 당한 증거가 있어야 형사 소송이든, 이혼 소송이든 소송에서 유리하다. 이 사건은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처럼 폭행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면 가장 좋은 증거자료가 되지만, 막상 카메라를 찾을 겨를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상처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곧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하자.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진단서에는 상해의 원인과 정도를 기재해주기 때문에 좋은 자료가 된다. 진단서는 되도록 폭행이 있었던 날짜와 근접한 날짜에 발급받아야 좋다.

증거가 확보된 가정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접근금지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 빠르게 진행된다. 때로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임시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아내를 식칼로 위협하면서 폭행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틀 만에 접근금지 임시조치 결정이 났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식칼을 증거로 압수한 경우이다. 이후 폭행 사건의 조사가 끝나고 가해자의 죄가 확실해지면 임시조치가 아닌 확정된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진다.

접근금지 결정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위험한 경우는 어떨까. 집을 나가는 것이 이혼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이혼소송에서는 가출이 부부간의 ‘동거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니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도 된다.

가정폭력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폭행 사진과 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해도 되는데, 만일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결정이 내려졌다면 그 결정문을,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그 처분 통지서를 제출하면 더 쉽게 승소할 수 있다.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폭력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천만원 안팎이다. 아내에게 식칼을 휘두른 사건에서는 15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이혼소송 중이었던 이 사건은 남편이 십여 년 혼인 기간 동안 아내에게 갖은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경우였다.

한편, 이혼소송에서 가정폭력 가해자는 친권, 양육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친권, 양육권은 아이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친권, 양육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결혼(특히 이주 여성과 한국 남성 간의 결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주 여성이 한국어가 서툴거나, 경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아이의 양육을 도와줄 가족이 국내에 없는 데다가 문화 차이를 겪는다는 점 등의 이유로 아이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이주 여성을 도와주는 국내 기관을 알아본 뒤, 자신이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 도움이 된다.

장영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