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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7:43 수정 : 2019.10.02 19:58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첫 출근 브이로그가 화제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첫 출근 브이로그들을 두고 요즘 내 주변은 꽤 흥미로운 논쟁이 이어진다. ‘브이로그’란 쉽게 말해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일기 형식의 콘텐츠를 뜻하는데, 이게 ‘첫 출근’이라는 단어와 만나면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두 단어의 조합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던지 “우리 회사 신입사원, 회사에서 첫 출근 브이로그 찍는 중”이라는 내용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은 옮겨가는 곳마다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혼란스럽게 한 걸까?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콘텐츠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첫 출근은 보통 신입사원에게 더 의미가 있다. 어렵고 힘든 취업 준비의 시기를 지나온 그들은 대망의 새 출발을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를 꺼낸다. 오늘 하루를 틈틈이 영상으로 남겨 추억하고 공유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카메라 속에는 출근 첫날 옷차림을 고민하는 모습부터 아침 출근길의 혼잡함, 회사에서 배정받은 자리, 제공받은 입사 물품 등의 모습이 차곡차곡 담긴다.

문제가 된 포인트는 ‘촬영’과 ‘공유’다. 한번쯤 브이로그를 시청해봤다면 알겠지만, 내 일상을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행위 속에서 수많은 타인의 삶이 동시에 노출된다. 그런데 심지어 그 배경이 회사라니. 콘텐츠 속에서 비치는 회사 내부의 모습이나 회의, 교육 등의 모습은 보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예민한 사항이다. 불특정 다수의 얼굴이 동의 없이 노출되거나 일부 자료가 노출되면서 피해가 이어질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인 만큼 논쟁이 거세다.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성난 누리꾼들이 적지 않다.

자유일까, 무례함일까. 딱히 정답은 없다. 공적 공간에서 발생한 지극히 사적인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회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순간이 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아마도 첫 출근 브이로그 논쟁은 허락이나 양해 여부의 문제에 더 가깝다. 출근 첫날의 신입사원에게 허락이나 양해의 과정이 있었을 리 없다는 보편적인 생각이 이번 논쟁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첫 출근을 하면서’라고 생각하기엔 ‘첫 출근만한 순간이 있나’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공감하는 삶의 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한때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요 프로그램 테마가 되었던 것처럼, 1인 미디어 환경에서 ‘브이로그’는 다른 사람의 일상을 리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콘텐츠 테마가 되기에 충분하다.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보편적이고,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해 보일 수 있다.

콘텐츠로서의 반응도 매우 좋다. 댓글에는 ‘취직 축하해요’ ‘저도 열심히 해서 이 영상에 나온 회사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반응 일색이다.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는지 기업에서는 사내 직무 홍보를 위해 브이로그 포맷을 활발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에스디아이(SDI)’ 같은 유튜브 채널이나 한화에서 운영하는 ‘한화 티브이’ 등에서는 다양한 직무별로 브이로그를 촬영해 업로드하고 있다. 주로 신입사원에게 카메라가 전달된다. 직장생활 엿보기를 주제로 자연스럽게 기업 내 문화, 복지 제도 등을 노출하여 미래 인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이처럼 첫 출근 브이로그는 화제성만큼이나 매력적인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물론 나 역시 옆자리에 처음 출근한 동료가 브이로그를 찍으며 인사를 나눈다고 상상하면 흠칫하게 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선을 지키는 일은 개인의 역량일 테다. 첫 출근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뜨지만 그중에서 정말 선을 넘은 콘텐츠는 많지 않다. 많은 브이로거들은 실제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이용하고, 혹은 회사의 허락하에 촬영한다. 주변의 허락과 양해를 구했다면 첫 출근 브이로그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을, 그리고 설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영상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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