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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 주승용(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은 확장되는 도로변에 11개 필지의 농지, 대지를 소유하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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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부동산 이해충돌 현장을 가다-도로
완공 앞둔 여수 덕양 국지도 22호선
애초 노선은 산 통과하려 했는데
주승용 “기존 도로 확장” 주장 뒤
소유지 많은 마을 통과로 바뀌어
보상비 치솟아 전남 예산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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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 주승용(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은 확장되는 도로변에 11개 필지의 농지, 대지를 소유하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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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풀이 허리만큼 자라도록 버려진 땅, 씨앗이 심기지 않은 논과 밭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경작지를 찾아 떠났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내가 보상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기자분이) 아까 다른 데로 (도로가) 날 것을 여기(덕양리 시가지) 오게 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주민들이 민란이 날 수준이었어요. 왜 지금까지 30, 40년 (여수시가 도로 확장하겠다고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놨다가 이제 뭐 좀 하려고 하니까 (도로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 버리냐, 그래서 제가 앞장서서 했어요. 여기 해 줘라(고).”
주승용(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은 지난 1월19일 자신의 땅으로 도로 노선이 변경된 적이 있느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지자 “덕양리 마을로 통과하도록 노선 변경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주 의원 부부가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 보유한 토지 면적은 1만9556㎡이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이던 주 의원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설계 노선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기존 덕양리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뒷산으로 새 길을 내면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이후 노선 변경을 결정했다. 애초 예비타당성조사에 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검증과 기본설계 1차 단계에서 이 마을 뒷산을 통과하려던 노선이 덕양리 마을 통과로 바뀐 것이다.
노선을 변경하면서 익산국토관리청이 잠정 집계한 토지 보상비는 당시 설계와 보상가 산정을 담당한 용역업체도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할 만큼 과소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와 전남도 예산 1676억원이 투입된 도로가 보상가 산정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변경된 것이다. 노선 변경으로 실제 보상비는 395억원 증가해 전남도 예산에 악영향을 끼쳤고, 공사는 예산 부족으로 6년 지연됐다. 그러나 도로 확장이 결정되면서, 덕양리 일대 토지 중 도로를 낀 땅의 시세는 10년간 최대 3~4배 상승했다. <한겨레>는 13년 전 익산국토관리청이 관계 기관과 주고받은 공문, 자문위원회 회의록 등을 입수해 기본설계 과정에서 노선이 바뀐 상황을 들여다봤다. 도로는 올해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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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주민이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의 마을 통과 부분을 지나고 있다.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는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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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류였거나 오타”…보상비 산정 업체도 결함 인정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주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낸 주민설명회 이후 애초 노선을 폐기하고 3개의 대안 노선과 사업비를 각각 비교했다. 덕양리 시가지 기존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 통과하는 1, 3안과 덕양리 뒷산을 통과하는 2안 등 총 세개 안이다. 사업비를 추산한 ‘비교노선 검토안’을 보면, 덕양리 시가지를 통과하는 1안 사업비는 1250억6천만원(보상비 280억1천만원, 공사비 970억5천만원), 뒷산을 통과하는 2안은 1769억9천만원(보상비 273억8천만원, 공사비 1496억1천만원)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덕양리 시가지를 통과하는 “1안의 총사업비가 적절하다”며 설계안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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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설명회 이후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제시한 3개 노선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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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덕양리 마을을 통과하는 1안과 마을 뒷산을 통과하는 2안의 보상가 차이가 6억3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면 보상 종류가 증가한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도로를 확장해야 하므로 토지를 비롯해 상가, 주택, 이사비, 영업손실금 등의 비용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장거리 수송 도로는 되도록 시가지를 피하도록 설계 노선을 잡는다.
전라남도청이 2009년 발간한 ‘국가지원지방도로 22호선 나진-소라 도로확장공사 종합 보고서’를 보면 “현재 통과 교통량이 다소 낮으나, 국도 17호선과 국도 77호선을 연결하고 남해안 국제관광권 개발에 기여하는 보조간선도로”라고 도로 기능을 설명한다. 국가지원지방도로는 마을 주민의 이용보다는 산업단지, 공항 등 주요 시설과 도로망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 동맥’ 구실을 한다. 당시 설계안 결정 등 전체 사업 진행은 익산국토관리청, 기본설계 및 보상비 산정 용역은 바우컨설턴트가 맡았다.
바우컨설턴트 양아무개 상무에게 보상가 산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보상비 차이가 6억3천만원에 불과한)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오타였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보상가 산정 등) 실무를 맡았던 직원은 퇴사했다.” 명백히 오류가 분명해 보이는 보상비 추산을 익산국토관리청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1676억원이 투입된 국가지원지방도 노선 변경이 “오타인지, 오류인지”도 모를 보상비 추산을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다. 설계 당시 보상자문위원회 안경호 위원 또한 “보상가 산정 근거를 제시”하라며 “덕양리 마을을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내용이 자문회의록에 기록돼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예비타당성(한국개발연구원 검증) 당시 보상가 산정을 근거로 잡았다”고 답하는 데 그친다.
■ 노선 변경으로 보상비 395억원 증가
이 도로의 공사비는 국비, 토지 보상비는 전남도청 예산으로 조달된다. 설계 당시 280억원으로 추산된 토지 보상비는 공사 과정에서 395억원 증가해 총 675억원이 들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시지가가 상승했고, 가구 수가 많은 덕양리 시가지를 지나가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양리 시가지 통과 구간은 전체 공사 구간 11.67㎞ 가운데 2.17㎞다. 길이로는 18%에 불과하지만, 보상비는 총액의 35%(236억원)를 차지한다.
설계안이 바뀌면서 전남도 예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남도의 국가지원지방도 토지 보상비 예산은 한해 약 200억원. 한정된 예산으로 한해 8~10개의 국가지원지방도 사업에 배분해야 하므로 한 구간이 증가하면 다른 구간은 줄어드는 구조다. 현재 전남도가 보상을 진행하는 국가지원지방도 8개 사업 가운데 4개 사업이 보상비 증가로 기획재정부에 총사업비 조정 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393억원 보상비 증액 신청으로 가장 크다. 보상비 증액으로 총사업비 조정을 신청한 나머지 노선을 보면, 북하-도계 19억8천만원, 일로-몽탄 92억8천만원, 남평화선 194억원 증액에 그쳤다. 전남도 관계자는 “보상비 증액 4개 노선 가운데 시가지를 완전히 관통하는 구간은 국지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뿐”이라고 설명했다.
■ “국토관리청 직원에게 얘기하면 설계안에 반영해줄 것”
익산국토관리청이 개최한 주민설명회 외에 건설교통부 관계자를 따로 만나 설계안 변경을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 의원은 “1, 2년 전이면 기억하겠는데 10년이 넘었다”며 대답을 피했다. 재차 질문하자 “따로 만난 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 의원이 “익산국토청 관계자를 만나면 도로 노선 변경을 도와줄 것”이라고 조언했다는 내용이 여수시의회 회의록에 나온다. 2006년 9월20일 여수시 건설교통위 회의록을 보면 정한태 시의원은 국도 17호선이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시의원: “지금 국도 17호선 일부 구간을 변경하고 신설 구간이 몇 새로 도로 확장이 됩니까?”
도시건설국장 명성안: “기존 도로 선형이 안 좋은 데는 선형도 피고(펴고) 지금.”
정 시의원: “됐습니다. 저거 옛날부터 (주민) 숙원 사업입니다. 주승용 의원이 (국회) 건설위원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친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랬더니 잘됐다고, 지금 익산국토관리청이 측량하고 있으니까 그분들 만나 얘기하면 반영이 될 거라고 해서 국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게 반영이 안 되고 (중간 생략) 17호선이 둔전에서 죽포로 넘어가는 작곡재를 통과해야 합니다.”
정 시의원이 국도 17호선 문제로 주 의원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한 때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애초 노선에서 덕양리 시가지로 변경 검토되던 시기와 겹친다. 주 의원은 정 시의원에게 이런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도 17호선 쪽은 엄밀히 말하면 내 지역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3~2014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낸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예산 확보에도 힘썼다. 2011년 공사비 314억원, 2012년 284억원, 2014년 265억원 예산을 확보했다. 2015년 <중앙일보>가 주 의원이 예산 확보를 한 도로가 자신의 땅 옆으로 났다는 기사를 냈다. 도로 노선이 변경된 과정은 보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확장 사업은 1977년부터 계획된 사업”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통해 반론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주 의원의 반박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의 주장대로, 여수시는 1977년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덕양리 일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지만 착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여수시 자체 계획으로, 장거리 수송을 담당하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길이 11.67㎞)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이다.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등을 포함해 ‘제2차 국도 및 국가지원지방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2005년이다. 과거 해명한 부분이 사실과 멀다고 지적하자 주 의원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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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 저녁이면 상가마다 불이 꺼진 동네가 국지도 22호선 완공을 앞두고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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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장 공사로 10년간 토지 시세 최대 3~4배 상승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일부 토지(570.9㎡)가 국가에 수용돼 5억2천만원을 보상받았다. 평당 300만원 선이다. 주 의원 부부가 덕양리에 보유한 토지는 32개 필지(1만9556㎡)로, 상속 또는 1973~2017년 매입한 땅이다. 이 가운데 농지와 대지 등 11개 필지(9103㎡)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도로를 끼거나 도로로부터 70m 거리로 인접해 있다. 11개 필지의 공시지가 변동률은 위치마다 다른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3~86% 상승했다.
지난 1월24~26일 3차례 찾아간 소라면 덕양리 마을은 도로 확장 공사와 함께 활기를 띠었다. 여수시 시내에서 소라면 덕양리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는 이 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녁만 되면 도로변에 자리한 상가마다 불이 꺼질 만큼 침체한 동네였다. 시세라는 걸 말하기 어려울 만큼 땅 거래 자체가 안 됐다.” 택시에서 내리자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길가에 자리한 ㅇ식당에 들어갔더니 주민 5명이 밥을 먹으며 부동산 얘기를 나눴다. “10년 전에 여기 도로 인근 대지를 평당 75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땅값이고 집값이고 오를 대로 다 올라버렸으니께. 괜히 팔았어.” 한 주민은 후회했다. 소라면사무소 인근 건물 2층에 자리한 ㅅ부동산 관계자는 이 일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가 발전이 안 돼 있었어. 낙후된 동네였지. 3, 4년 전만 해도 도로변에 붙은 땅이 평당 15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평당 300만~400만원 준대도 땅이 없어. (오를 거라 생각해서 땅 주인들이) 안 내놔.” ㅌ여행사라고 상호가 적힌 가게에 들어가서 노인 4명과 대화를 나눴다. 건축업을 했다는 노인은 “토지 보상 단가가 상당히 세게 나오면서 땅값이 더 올랐다. 여기 일대에 아파트 지으려고 건축업자가 들어오려다가 땅값이 오르자 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민들 말을 종합하면 도로변에 자리한 토지의 시세는 10년간 최대 3~4배 상승했다. 이 길가에는 주 의원 땅뿐만 아니라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미 회사 화성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화성산업은 주 의원 아내가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고, 화성산업의 토지와 건물은 주 의원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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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토지와 건물은 주 부의장 소유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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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땅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가 도로 개설 사업을 할 때마다 노선을 놓고 지역 간, 주민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 어떤 지역은 노선을 가져오고, 어떤 지역은 실패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도로를 개설하려고 도시·군 계획시설로 지정해도 수많은 도로가 예산 부족으로 착공하지 못한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도시·군 계획시설 가운데 예산이 없어 착공하지 못한 도로는 323.7㎢로, 이 가운데 71.3%(230.9㎢)가 10년 이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장기 미집행 도로’다. 덕양리 시가지의 기존 2차선 도로도 여수시의 장기 미집행 도로 중 하나였다. 2005년 익산국토관리청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설계·보상비 산정 용역업체 바우컨설턴트 양아무개 상무는 “일부 주민들이 (마을 뒷산으로 가려는) 애초 노선에 반대했지만 반대가 극심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노선을 마을로 내주든가, 덕양리 시가지의 기존 2차선 도로 인근 토지를 여수시의 도시계획시설에서 풀어달라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도로를 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토지는 재산권이 일부 제한되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으로 노선을 잡을지, 어떤 도로가 예산을 먼저 확보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주민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가운데, 수많은 목소리 중에 누가 우위를 점할까.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직무상 범위에 속하지만, 자신의 토지와 소유 회사가 자리한 마을로 노선을 바꿔달라고 주민과 함께 국토부에 목소리를 높인 결과는 전남도청 예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 의원실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히 (노선 변경에 대해) 의견 제시할 수 있다. 압력 행사가 아니다. 노선은 주민 공청회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4년 전 <중앙일보> 보도에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사업은 40여년 전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지역 의원이 사업 추진이나 노선을 정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가 해명이 또다시 변경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이해충돌에서 회피할 것을 권고한다.
여수/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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