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08 05:00 수정 : 2019.04.08 11:17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가 공동 투자자와 어울려 건축한 인천 계양구 다남동 다세대주택 앞으로 농지가 보인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③그들만의 부동산 공화국

인천 계양 다남동 논밭 3528㎡
유동수 의원 아내가 사들인 뒤
그린벨트 풀려 다세대주택 추진

주민들 “생활하수 우려” 반대하자
유 의원 대학 동창인 송영길 의원
“도로 확장” 민원 듣고 예산 따내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가 공동 투자자와 어울려 건축한 인천 계양구 다남동 다세대주택 앞으로 농지가 보인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농지 투기를 한 것은 맞죠. 그래도 의원님들 덕분에 마을에 도로가 생겨서 고마운데 어떻게 길이 개설됐는지 얘기하기 조심스러워요.”

“고맙긴, 뭐가 고마워? 주민들 이용한 거지.”

지난달 25일 인천 계양구 다남동 김승환(61)씨 등 주민들이 길이 635m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국비 25억원을 확보해 놓인 도로는 다남 3반의 진입로다. 8m 너비의 도로는 인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위험해 보였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내인 ㅎ병원 의사 정아무개씨가 2015~2016년 다남동 농지에 다세대주택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설된 도로였다. 주민들은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다남동이 속한 ‘계양을’ 지역구 후보인 송 의원, 인근 지역 후보였던 유 의원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송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도로 개설에 노력하겠다”고 답한 뒤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 도로 확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총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경쟁 후보 오아무개씨가 유 후보를 향해 “아내가 투기로 사들인 땅에 빌라를 지었다”며 사퇴 압박을 이어가던 때였다. 유 의원은 송 의원이 인천시장을 지내던 2010~2014년 민선 5기 인천시장 인수위 전문위원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등을 지냈다. 송 의원과 유 의원은 연세대 경영학과 81학번 동기다.

■ 그린벨트 해제 공고 11개월 전 농지 매입

정씨는 황아무개씨와 공동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공고가 나기 11개월 전인 2004년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다남동 논밭 3528㎡를 매입했다. 정씨는 ‘벼 및 고등 채소’를 재배하겠다고 허위로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농지를 취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지역으로, 실수요자 외에는 매입할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경우 매입하려는 사람이 ‘토지 이용 목적’을 기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토지거래계약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취득할 수 있다.

정씨는 매입 뒤 농사를 짓지 않고 곧바로 소작농을 뒀다. 2008년 소작농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도 대신 받아 챙겼다. 몇 가지 예외사항은 있지만, 농지법은 농업경영 목적이 아니고서는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사인 간 임대차에 따른 소작농을 허락하지 않는다. 정씨가 쌀 직불금을 수령한 이듬해 직불금 수령 요건이 연봉 3700만원 이하로 제한되면서 받지 못하게 됐다.

정씨 등이 땅을 매입한 시점은 인천시 공무원들이 다남동 등 개발제한구역 해제 예정지인 농지를 대거 사들여 적발되던 때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003년 9월13일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사를 짓겠다고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 등을 발급받은 혐의로 구청 공무원 3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농지의 경우 면사무소 등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지 못하면 매입 또는 등기할 수 없다. 이들이 2001년 5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0억원을 투자해 다남동, 김포 고촌면 등 개발제한구역 농지 3000여평을 매입해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15억원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등 7개 대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을 부분 조정 하겠다고 1999년 ‘그린벨트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지방자치단체마다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정씨가 사들인 농지는 11개월 만에 인천시가 그린벨트 해제 공고를 냈고, 2006년 6월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 지역’에서 다세대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제1종 일반 주거지역’ 농지로 변경되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실제 농사는 지역 주민인 이아무개씨가 짓고, 농지만 사들인 정씨 등은 시세차익을 얻었다.

유동수 의원의 아내 등이 건축한 다세대주택 홍보 전단. 1차(18세대), 2차(18세대), 3차(18세대) 등 총 54세대를 짓겠다고 나와 있다.
■ “하수도조차 없는 마을에…편법 쪼개기 분양” 민원 발생

“오폐수 시설이 없어서 생활하수가 논 옆 도랑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을에 무슨 54세대 다세대주택입니까?”

그린벨트도 풀린데다 다남동 해당 농지에서 1.5㎞ 거리에 계양역까지 생기면서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 2004년 4만1100원에서 2016년 44만8200원까지 10배 이상 뛰었다. 정씨 등은 2015년 농지에 54세대 빌라를 짓겠다는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오폐수 처리 시설이 없는 다남동 3반에는 당시 32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작은 마을 주민들로서는 54세대 주택이 들어설 경우 환경오염이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독주택을 비롯해 다가구주택, 다중이용시설인 식당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가 논밭 고랑, 개울을 타고 농수로로 흘러드는 상황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다남동이 고향인 이한구 전 시의원과 함께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건축주가 ‘편법 쪼개기 분양’을 한다고 계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정씨 등 건축주는 54세대를 분양한다고 홍보해놓고는, 건축법 규정에 맞게 18세대 건축 신고를 해 구청으로부터 2016년 2월 허가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놓겠다고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을 뿐, 예산이 없어 아직 개설되지 못한 6m ‘계획 도로’가 건축 예정 부지와 접해 있으면 18세대 다세대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그러나 30세대 이상 다세대주택을 짓기 위해선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로 확보, 주차장, 경비실 등 부대시설 기준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심의 과정에서 경관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다양한 법률적 검토를 받아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실제 건축 예정 부지와 접해 있는 ‘현황 도로’가 2m에 불과한 마을에서 54세대 건축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는 어렵다. 엄격한 심의 규정을 회피하고자 건축 신고를 쪼개서 하는 업자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자 의정부지방검찰청이 2016년 10월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건축주들을 대거 적발하기도 했다. 54세대 홍보 전단을 들이밀며 주민들이 계양구청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건축주가 18세대 건축 신청을 했을 뿐이어서 건축법에 맞게 허가를 내줬다. 현장을 확인해도 추가로 진행되는 건축 관련 사항은 없다. 아직 50세대 이상 건축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아니지 않으냐.”

소방도로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10년 전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해 불길을 잡지 못했다. 주민들이 계양소방서에 이 마을로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지 공식 질의를 던졌다. 계양소방서는 “해당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두 개인데 한쪽으로는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고, 다른 길은 소형 소방차 진입은 가능하다. 신속한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 전 시의원은 “계양구청은 법적 최소 요건만 맞으면 허가를 내주는 행정편의주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마을에는 지금도 하수도관이 없다.

갖가지 노력에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구청에 주민들은 지쳐갔다. 건축업자들이 2016년 설 명절에 주민들에게 갈비 세트를 돌렸고 일부 주민들은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주민 김승환씨는 “갈비 한 세트, 사과 한 박스를 받아도 받았다는 마음에 건축 반대를 하기 어려운 게 이 마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 ‘투기’라며 사퇴하라던 경쟁 후보도 다세대 건축 뛰어들어

1일 오전 인천 계양구 다남동 마을 모습. 사진 맨 오른쪽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이 지은 ㅇ파크 빌라, 왼쪽 하얀색 다세대주택이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과 경쟁했던 자유한국당 오아무개 후보가 투자한 빌라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대 총선 과정에서 건축주가 당시 계양갑 지역구 후보인 유 의원 아내임을 알게 된 주민들은 당시 지역구 의원 후보였던 송 의원과 유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송 의원에게 하소연했다. “(경쟁 후보가) 나보고 사퇴하래.” 지역 주민들이 다세대주택 공사를 강행할 것 같으면 마을 진입 도로라도 확장해달라고 요구하자 송 의원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원래 공약에 없던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 확장을 공약에 추가했다.

유 의원 당선 이후에도 주민들이 반대를 완전히 멈추지 않자 주민과 건축주 사이에 협의가 시작됐다. 건축주가 마을기금 2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데 주민들이 동의했다. 협의서를 쓰는 과정에 유 의원 보좌관 정아무개씨가 참석했다. 유 의원 아내의 다세대주택은 2016년 8월 분양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구청이 한 번 허가를 내주자 다른 다세대주택들도 들어섰다. 유 의원에게 사퇴 압박을 하던 자유한국당 오아무개 후보도 선거에서 진 뒤 다세대 건축에 뛰어들었다. 다남동 마을 주민인 오씨의 누나가 살고 있던 집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데 건설업을 하는 오씨가 동참한 것이다. 20대 총선 당시 인천 계양갑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로 경쟁했던 두 사람의 다세대주택이 같은 동네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송 의원이 공약으로 제시한 역골로 133번길 도로는 현재 1구간만 완공된 상태다. 김씨는 “유 의원 아내가 다세대주택을 짓기 이전부터 10년간 ‘구청장과의 대화’ 등 자리가 마련될 때마다 참석해 도로 확장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마을 인구수가 적어 당장 개설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송 의원이 해준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전 시의원은 “다남동, 둑실동, 이화동 등 인근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도로는 2m로 다들 열악하다. ‘개발제한구역 지원사업’이 있긴 하지만 한 해에 2곳이 선정될 뿐이어서 이들 지역이 다들 도로 예산 확보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산의 우선순위라는 게 있는데, 선거 기간에 한 의원은 농지에 빌라 짓고 다른 의원은 이 과정에서 나온 주민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 그들만의 부동산 공화국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 예산을 확보한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을 지난달 25일 마을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인천/박유리 기자
소방도로조차 없는 열악한 마을에 도로 개설을 위해 국비를 확보한 행위는 지역구 의원의 업무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유 의원 아내의 편법 쪼개기 건축 계획으로 발생한 주민 반대와 민원을, 송 의원이 접수해 공약과 예산 확보로 도움을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송 의원은 “선거 때 문제가 돼서 유 의원 아내 땅이 다남동에 있는지 처음 알았고, 구청에 알아보니까 허가를 내줄 만한 것이어서 특혜를 준 바가 없다고 하더라. 내 지역구가 도농복합 지역인데 도로 폭 넓혀달라는 게 상설 민원이다. 공약은 원래 선거 과정에서 계속 민원을 받아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형우 계양구청장은 아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객관적으로 행정을 잘해서 (박 구청장) 공천을 지지해서 해준 거고, (지난해 6월 구청장이) 3선에 당선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농사를 지으려고 해당 농지를 매입했고 우리 부부 대신 공동 소유주가 매입 초기에 농사를 지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54세대를 건축하려던 목표는 건축법이 이후 강화되면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정씨는 분양 이후인 2017년 1월 다세대주택을 건설하고 남은 논 1941㎡를 20억원에 팔았다. 한 의원의 아내는 농사도 짓지 않은 땅으로 차익을 남겼고, 동료 의원은 건축 과정에서 생긴 주민 민원을 국가 예산으로 해결해줬다.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