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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7 16:22 수정 : 2019.06.27 19:2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7월3일부터 사흘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 예상대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5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파업 계획을 멈추고 상생 노력에 동참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큰 기대를 가졌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2년 만에 파업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파업에 대한 우려에 앞서 이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먼저 생각하시라 말하고 싶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정규직을 꾸짖던 정부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9급 정규직의 64%에 머물렀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 수당과 상여금을 합해야 간신히 생활할 수 있었다. 그나마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숨통이 트이는가 했으나,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버렸고 근속연수가 낮은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여버렸다. 기업을 걱정하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요구한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지, 이렇게 차별적인 저임금이 정당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의 권리를 위해 파업에 나선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수납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법원은 이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한국도로공사 소속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로 가라고 압박한다. 그리고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명에게 6월 말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10년, 15년 일했던 한평 부스를 떠나면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피눈물이 보이는가”라고 묻는다.

환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함께 일하지만 병원의 구성원으로 인정되지 못했던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파업을 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청소를 하다가 주삿바늘에 찔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우리도 병원의 구성원”이라고 선언하며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에 동참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으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았기에 지속적으로 교섭을 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문체부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경우 공격적 직장폐쇄로 맞대응하라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노동 존중”과 같은 말의 성찬에 가려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해고와 임금삭감과 차별과 자회사 강요에 분노하여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거리에서 농성을 할 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현장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고, 노동자 삶의 어려움을 각종 경제지표로 가두었다. 재벌총수들과 만나 경제활성화를 논하지만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성의 있게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10만명은 각자의 사정과 분노를 넘어 비정규직의 권리를 박탈하는 정부 정책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파업에 나선다.

이 파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들만의 파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부당한 해고에 가슴앓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차별 때문에 자존감이 훼손되었던 노동자들, 해고될까봐 부당한 요구에 순응해야 했던 노동자들, 저임금으로 힘들어하는 노동자들, 일터에서 위험을 겪은 노동자들, 일자리를 구하고 싶으나 밀려났던 노동자들, 모두가 모여서 외치기를 소망한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정권을 바꾸었듯이, 노동이 존중되지 않는 일터를 바꾸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많이 모이고 더 크게 외쳐야 한다. 7월3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문을 열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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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김혜진, 노동 더불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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