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 도로 위에서 더위와 싸우며 지난달 30일부터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2009년까지는 대부분 직접고용이었으나 공공기관 구조조정으로 용역회사 소속이 되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렸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현실을 묵인해왔다.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법원 모두 이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로 가라고 강요했고, 이를 거부한 1500명을 집단 해고했다. 정부는 ‘자회사 전환이 곧 정규직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산하 잡월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단식을 할 때에도 똑같이 말했다. 대량해고 압박에 못 이겨 자회사 전환을 수용한 잡월드 노동자는 지난 10일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집회에서 말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계속 싸우셔야 합니다. 자회사 전환은 정규직 전환이 아닙니다. 용역이랑 다를 바 없는 게 아니라 용역보다 못한 곳이 자회사입니다. 처우개선은 이루어진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3만평이 넘는 부지에 탈의실, 휴게 공간 하나 제대로 없고, 임금은 최저시급에 150원 더 받고 주 6일 일해야 200만원 간신히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속았습니다.” 정부는 ‘자회사 전환’을 못 믿겠다면 그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의 문화제에서 공공기관인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증언한다. “제가 일하는 코레일네트웍스는 2004년 철도 인프라를 이용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설립한 철도공사의 자회사이자 기타 공공기관입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상 목적이고 실제로는 용역형 자회사입니다. 2018년 4월 공항철도 역무원들이 민간용역회사 역무원으로 쫓겨가거나 그만둬야 했습니다. 자회사는 스스로 인력 충원을 할 수 없고 고용안정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복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40년이 지나야 정규직 임금의 80%가 됩니다. 해고를 불사하고 싸우는 동지들이 옳습니다.” 지록위마, 진나라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신하 조고는 왕을 기만하여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자회사 전환이 곧 정규직화’라고 우긴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을 자회사로 내몰고 다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다. 진나라의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가 두려워 사슴을 보며 말이라고 했지만,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은 ‘이것은 정규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한 노동자들도 ‘자회사는 용역회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증명한다. 차별과 배제, 중간착취가 지속되고, 진짜 사장인 원청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왜곡된 고용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자회사를 거부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14년을 거리에서 보내다 복직한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승무원들은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에게 경고했다. “케이티엑스 승무원 대량해고의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던 이철 사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본래 있던 갈등도 해결해야 할 정치인이 노동자를 대량학살하고 떠나면 되겠습니까? 법원에서 두번이나 확인했던 직접고용을 실천하면 될 일을 왜 그렇게 비틀어 이 엄청난 사태를 만들어야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과 정보가 있는 국가를 상대로 국민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려”우며 “국가가 1심에서 패소했으면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법원이 톨게이트 수납원들을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라고 판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회사’ 억지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해고된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칼럼 |
[김혜진, 노동 더불어 숲] 자회사 억지는 이제 그만 /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 도로 위에서 더위와 싸우며 지난달 30일부터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2009년까지는 대부분 직접고용이었으나 공공기관 구조조정으로 용역회사 소속이 되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렸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현실을 묵인해왔다.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법원 모두 이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로 가라고 강요했고, 이를 거부한 1500명을 집단 해고했다. 정부는 ‘자회사 전환이 곧 정규직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산하 잡월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단식을 할 때에도 똑같이 말했다. 대량해고 압박에 못 이겨 자회사 전환을 수용한 잡월드 노동자는 지난 10일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집회에서 말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계속 싸우셔야 합니다. 자회사 전환은 정규직 전환이 아닙니다. 용역이랑 다를 바 없는 게 아니라 용역보다 못한 곳이 자회사입니다. 처우개선은 이루어진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3만평이 넘는 부지에 탈의실, 휴게 공간 하나 제대로 없고, 임금은 최저시급에 150원 더 받고 주 6일 일해야 200만원 간신히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속았습니다.” 정부는 ‘자회사 전환’을 못 믿겠다면 그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의 문화제에서 공공기관인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증언한다. “제가 일하는 코레일네트웍스는 2004년 철도 인프라를 이용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설립한 철도공사의 자회사이자 기타 공공기관입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상 목적이고 실제로는 용역형 자회사입니다. 2018년 4월 공항철도 역무원들이 민간용역회사 역무원으로 쫓겨가거나 그만둬야 했습니다. 자회사는 스스로 인력 충원을 할 수 없고 고용안정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복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40년이 지나야 정규직 임금의 80%가 됩니다. 해고를 불사하고 싸우는 동지들이 옳습니다.” 지록위마, 진나라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신하 조고는 왕을 기만하여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자회사 전환이 곧 정규직화’라고 우긴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을 자회사로 내몰고 다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다. 진나라의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가 두려워 사슴을 보며 말이라고 했지만,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은 ‘이것은 정규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한 노동자들도 ‘자회사는 용역회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증명한다. 차별과 배제, 중간착취가 지속되고, 진짜 사장인 원청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왜곡된 고용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자회사를 거부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14년을 거리에서 보내다 복직한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승무원들은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에게 경고했다. “케이티엑스 승무원 대량해고의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던 이철 사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본래 있던 갈등도 해결해야 할 정치인이 노동자를 대량학살하고 떠나면 되겠습니까? 법원에서 두번이나 확인했던 직접고용을 실천하면 될 일을 왜 그렇게 비틀어 이 엄청난 사태를 만들어야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과 정보가 있는 국가를 상대로 국민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려”우며 “국가가 1심에서 패소했으면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법원이 톨게이트 수납원들을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라고 판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회사’ 억지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해고된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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