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한국영화 100년 빛과 그림자 ③ 우리의 별들
‘다작 스타’ 김진규 ‘카리스마’ 신영균
근대화 혼란 흑백 필름으로 위로
‘만년 청년’ 신성일 524번 출연하며
시대의 면면 작품으로 담아
신·구 트로이카 이끈 문희·장미희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강수연·전도연
국제성 겸비한 ‘월드 스타’ 되기도 이제 여자 배우들로 넘어가보자. 황정순(1925~2014). 김승호의 ‘엄마 버전’. “1960년대 변화하는 시대를 따뜻한 모정을 자아내는 연기를 도맡으며 한국적 어머니상을 대표”(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했던 연기자다. 김희갑과 함께 소화해낸 ‘팔도강산 시리즈’의 어머니상은 내 뇌리를 떠난 적이 없다. 한국 영화사 최고 여배우 최은희(1926~2018). 1950~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여성 아이콘. 사실 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녀는 부드러움만 간직한 배우가 아니다. 그녀의 부드러움 너머에는 꿈틀거리는 강함이 있다… 그녀는 내부에 불씨를 간직한 휴화산과 같은 배우였다.”(다음 ‘근현대 영화인 사전’) 아는가? ‘동양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였던 여배우를? 김지미(1940~ ). 불세출의 미모와 여장부 같은 강인한 캐릭터를 토대로 한국영화의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디바. 지미필름을 설립(1987년)해 제작자로도 활동했는데, 임권택의 <티켓>(1986)도 그중 한 편이다. 그 걸작의 ‘인간적 포주’ 지숙은 주연 아닌 조연이었으나, 김지미의 현현이었다. 누군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한 명만 대라면, 예나 지금이나 그 이름은 문희(1947~ )다. 신성일과 호흡을 맞춘 <초우>(정진우·1966)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결혼과 더불어 은퇴할 때까지 고작 6년 동안 무려 50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윤정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다. 장미희(1958~ ).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1970년대 여성 배우 ‘신트로이카’를 형성했던 톱스타. 배창호의 <적도의 꽃>(1983), <깊고 푸른 밤>(1985) 등 주연작의 수준에서 두 스타를 압도한다. <겨울여자>(김호선·1977)의 이화는 <별들의 고향>(이장호·1974)의 경아와 나란히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 캐릭터였다. 강수연(1966~ )은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씨받이>(임권택·1987) 등으로 일찌감치 “월드 스타”로서의 인기를 구가했던 한국 대표 여배우다. 혹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처녀들의 저녁식사>(임상수·1998)의 당찬 호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21세기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 전도연(1973~ ). <접속>부터 최근작 <생일>(이종언·2019)에 이르는 모든 영화가 대표작이다. 그중 그녀를 2007년 ‘칸의 여왕’에 오르게 한 <밀양>(이창동)의 신애가 더 애잔한 것은 나만은 아닐 터. 전찬일/영화평론가·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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