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7 07:17
수정 : 2019.06.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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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던 요섭(신광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던 이화(장미희)는 대학신문 기자 석기(김추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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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16) 겨울여자
감독 김호선(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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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던 요섭(신광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던 이화(장미희)는 대학신문 기자 석기(김추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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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자>는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1975) 등과 더불어 암흑기였다는 1970년대 한국영화를 빛낸, 기념비적 멜로 영화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에 이은 김호선 감독의, 또 한편의 문제적 작품이다. 중앙일보에 연재됐던 조해일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어안이 벙벙한 난장판’(정영일) 등의 비난도 받았으나, 젊은 관객층에게 크게 어필해 6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별들의 고향>이 수립한 46만명의 기록을 깨트렸다.
대학에 입학하던 날, 이화(장미희)는 부잣집 아들 요섭(신광일)을 만난다. 요섭이 아버지의 별장에서 자신을 안으려 하자 이화는 뿌리치고 나오고, 이화의 거부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 요섭은 자살을 한다.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이화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헌신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학생운동에 열심인 대학신문 기자 우석기(김추련), 이혼 뒤 홀로 쓸쓸히 살아가는 고교 적 은사 허민(신성일) 등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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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석기(김추련)가 군에서 숨진 뒤 이화(장미희)는 고교 시절 은사(신성일)와 사랑을 나눈다. 자유롭게 연애하는 이화의 모습은 당시 보수적인 성 문화에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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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섭의 자살 등, 오늘날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색한 지점이 없지 않다. 이화의 언행은 당시의 일반적 도덕관과 성 모럴에 위배돼 크고 작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급변하던 시대상의 반영이자, 향후 펼쳐질 성적 가치관의 변모를 예고하는 기호로 손색없었다. 이화는 당시 한국영화를 수놓았던 두가지 주류 여성상, 즉 호스티스 영화의 ‘탕녀’와 하이틴 영화의 ‘순수 소녀’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도발적 새 인물형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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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이화(장미희)는 송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랑 고백 편지를 계속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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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자>의 치명적 매혹은 이화 역의 장미희에게서 발산된다. <성춘향전>(박태원·1976)으로 존재감을 알린 장미희는 이 영화로 스타덤을 굳혔다. 그 스타성은 <별들의 고향(속)>(1978) 등 1970년대를 넘어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1983), <깊고 푸른 밤>(1985) 등으로 이어지며, 그 생명력은 2010년대까지 지속된다.
전찬일/영화 평론가·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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