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08:01
수정 : 2019.07.25 18:29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37)로보트 태권 브이
감독 김청기(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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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마징가 제트>에 자극받아 만들어진 <로보트 태권 브이>는 대성공을 거둬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나 표절 논란은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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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 아톰> <철인 28호> <사이보그 009> <마징가 제트(Z)>가 일본 애니메이션인지도 대중이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업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어 인기가 좋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비슷한 극장판을 만들면 대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로보트 태권 브이>의 출발점은 <마징가 제트>였다.
제작자 유현목, 김청기 감독, 지상학 각본으로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는 1976년 7월24일 대한극장과 세기극장에서 개봉하여 13만3600만명이 관람했고, 홍콩 합작영화 <사랑의 스잔나>에 이어 그해 관객 동원 2위를 기록했다. <로보트 태권 브이>의 성공은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을 불어넣어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별나라 삼총사> <15 소년 우주 표류기> 등이 연이어 개봉할 수 있었다. 당시 <로보트 태권 브이>에 열광했던 아이들은 뒷날 어른이 되어, 2007년 리마스터 재개봉을 했을 때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관객 65만6천여명의 기록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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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 브이>는 당시 한국의 ‘국기’였던 태권도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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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 브이>는 태권도를 중요한 요소로 부각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태권도는 1971년에 ‘국기 태권도’로 인정받았고, 1973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최초는 아니지만 조종사의 동작을 로봇의 움직임으로 연결하여 태권도를 구사하게 만드는 기술도 인상적이었다. 당시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슈트 입은 배우가 격투를 벌이는 <울트라맨>과 <가면 라이더> 같은 ‘특촬물’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구사하며 애니메이션 특유의 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태권도를 이용한 로봇의 화려한 격투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메카닉 디자인을 비롯하여 태생부터 모호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표절은 치명적이다. 시대적 한계와 역량 부족을 인정한다 해도,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독창적인 요소의 강화는커녕 오히려 표절이 심해졌던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리메이크가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김봉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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