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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2 09:17 수정 : 2019.08.15 16:05

<바람난 가족>은 부부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성적 욕망을 솔직하고 대담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46)바람난 가족
감독 임상수(2003년)

<바람난 가족>은 부부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성적 욕망을 솔직하고 대담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모든 문제는 오르가슴에서 시작된 것이다. 성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가정, 그것이 사태의 근원이다. 아버지 창근(김인문)은 6·25 때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어머니 병한(윤여정)은 그런 남편과 15년 동안 섹스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들의 아들인 영작(황정민)은 비교적 양심적으로 ‘보이는’ 변호사고 그의 아내 호정(문소리)은 한때 무용가였지만 지금은 가정주부다. 그들에게는 입양한 아들이 있고 둘은 모범적인 부부 같지만 서로에게 성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지 오래다. 이들 모두는 쾌락을 잃어버린 상태다.

탈출구는 어디 있는가? 영작에게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나이도 한참 어린 애인이 있다. 호정은 성적으로 미숙하기 짝이 없으나 호기심만은 왕성한 ‘고삐리’ 청년의 접근을 즐긴다. 병한은 60살에 재회한 초등학교 동창생과의 섹스에서 희열을 맛본다. 모험적인 섹스, 분출하는 욕망, 그러니까 오르가슴은 집 바깥에만 있다. 그리고 간암 말기로 고생 중이던 창근, 이 집안의 ‘아버지’는 죽는다.

<바람난 가족> 속 남자 인물들이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역사와 정치와 사회라는 거대 담론에 억눌리거나 그것을 추종하는 남자들의 전형이다. 그들은 성을 아예 느끼지 못하거나 기만적으로 은폐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좇는다. 그러나 여자 인물들은 다르다. 그들은 성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성을 생의 중심부에 당당히 앞세우며 그 활력을 믿는다. 영화는 영작의 위선적인 욕망을 다소 과격하게 처벌하지만, 호정의 솔직한 욕망에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는 어쩐지 4년 전 개봉한 이창동의 <박하사탕> 속 문소리(순임)를 떠올리게 한다. 순임은 정치적 격랑을 겪고 만신창이가 된 남자의 기억 속에서 세파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의 상징과도 같았다. 호정을 긍정하는 <바람난 가족>은 아무래도 순임을 향수하는 <박하사탕>에 대한 임상수식 도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남다은/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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