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2 05:59
수정 : 2019.07.12 19:51
[책과 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생각의길(2019)
요즘 정말 많이 떠난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지금껏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열심히 해왔다고 자평하는 김영하 작가는 올해의 압도적 베스트셀러 <여행의 이유>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라고 이유를 밝혀놓았다. 문장과의 사투를 벌이는 작가에게 있어 여행은 모국어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완전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기회일 터. 인기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김영하 작가와 함께 재미있는 여행을 많이 했던 유시민 작가는 최근 출간한 <유럽 도시 여행 1>에서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라고 썼다. 그러고 보니 두 작가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려보면,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자 달랐던 여행의 이유가 드러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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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시민 작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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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서점가는 각양각색의 여행 관련 책들로 넘쳐난다. 여행 가이드북, 여행 에세이, 여행 인문서 등 여행을 향한 독자들의 욕구와 열망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신간 <유럽 도시 기행 1>은 여행과 인문교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노린 영리한 책이다. 우선 ‘유시민’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돋보인다. 유시민은 웬만한 소설가나 전업 작가들도 부러워할 만큼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출간과 동시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손이 가게 만드는 신비로운 마법을 지닌 작가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처음 신간 소식을 접했을 때는 ‘세계의 주요 도시를 다니며 토크를 하는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하더니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도 다시 풀어쓴 모양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미 5년 전부터 기획된 ‘시리즈’라는 걸 알았다. 1권에는 각기 다른 시대에 유럽의 문화 수도 역할을 했던 네 도시, 아테네·로마·이스탄불·파리를 다녀온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고, 2권에서는 빈·프라하·부다페스트·드레스덴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 화자가 ‘우리’가 된 이유는 아내가 사진을 배웠고 사진작가로 함께 여행을 다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면 계속해서 이 작업을 오래 할 예정이라는 포부까지 밝혀놓았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방송가에는 ‘유시민 효과’라는 말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유시민이 출연하면 반드시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시민 효과는 방송가뿐 아니라 서점가에서도 유효하다. 그가 직접 쓴 책은 물론이고 추천한 책도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정치인과 행정 관료를 거치며 투사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유시민은 어느새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는 그를 교양이 넘치는 친근한 아저씨, 재미있게 말 잘하는 방송인,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 소비하고 있다. 방송가와 서점가를 종횡무진 오가며 확실한 대중 스타로서 자리매김한 유시민. 그의 ‘이유 있는 변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작금의 ‘정치 실종의 시대’에 과거의 그가 어쩐지 그리워지기도 한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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