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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6 05:01 수정 : 2019.12.06 14:07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총, 균, 쇠/문학사상사(2005)

지난 10년간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도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총, 균, 쇠>가 최근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지난 10월 티브이 예능프로그램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티브이엔·tvN)에서 소개된 이후 ‘미디어셀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다. <총, 균, 쇠>는 굳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해주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너무 유명한 책이다. <총, 균, 쇠> 뒤에는 항상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도서 1위’ ‘국립중앙도서관 최다 대출도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이 ‘인생 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책이며, 책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로 꼽힌다. 무려 750쪽에 이를 만큼 내용이 방대해 좀처럼 끝까지 읽어내기 힘든 이 책이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 예능프로그램과 설민석 강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읽고 싶어 샀지만, 살기 바빠서, 내용이 어려워서, 혹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완독하지 못한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는 제대로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촌스러운 표지 디자인이 말해주듯 <총, 균, 쇠>는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 문화인류학자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역작으로, 무기(총), 병균(균), 금속(쇠)이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를 통사적으로 다뤘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인문서 가운데 20년 넘게 지속해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은 <총, 균, 쇠>가 거의 유일하다. ‘서울대학교 대출도서 1위’라는 타이틀이 일종의 ‘보증서’처럼 작용하고 있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신문과 방송에서 이 책을 언급하면서 꺼져가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티브이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제이티비시·JTBC)에도 직접 출연했다. 1937년생, 82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유머러스하고 흥미진진한 강연은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목적은 지난 6월 번역 출간된 <대변동>(김영사)의 홍보를 위해서였지만, 수혜자는 사실상 <총, 균, 쇠>(문학사상사)였다. ‘대변동의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은?’이란 주제로 기자간담회, 강연회, 텔레비전 강연프로그램 등을 진행했고, <대변동>에 언급된 인류의 위기 극복 사례들에 대한 질문들이 오갔지만, 워낙 오랫동안 <총, 균, 쇠>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우리나라 대중들의 관심은 거기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를 초대한 출판사 쪽은 다소 머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총, 균, 쇠> 이후 인류 문명의 역사를 가장 흥미진진하게 다룬 책으로 평가받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재진입했다. 이 책 역시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간택을 받고 베스트셀러 역주행을 한 경우다. 2015년 번역 출간된 <사피엔스>가 최근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 순위 상위권으로 급부상하면서 10년간 장기집권을 해온 <총, 균, 쇠>의 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다. 앞으로 두 책의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 순위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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