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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정책의 중심 세종시 전경. 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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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내려가던 인구 다시 수도권으로
수도권 인구 비중 줄다가 50% 돌파 눈앞
수도권총생산 비중도 줄어들다 50% 돌파
이명박·박근혜 10년 역주행이 주요 원인
지방의 주요 제조업 도시들의 쇠퇴도 이유
전문가들 “2차 균형 발전 정책 필요” 주문
공공기관·관련 기업·대학 이전도 요구
혁신도시가 복합단지로 발전해야 효과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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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정책의 중심 세종시 전경. 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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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에 따라 한때 주춤했던 인구와 생산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2012년 이후 본격화한 수도권-지방 사이 균형발전 정책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균형발전 정책이 중단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8·9면
23일 <한겨레>가 국가통계포털에서 인구 통계를 분석해보니, 2018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인구 이동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5만9797명이 순유출됐다. 2017년 1만6006명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것이고, 순유출 규모는 2017년의 3.7배에 이르렀다. 2018년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출 규모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8만2318명)~2008년(5만2022명)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2011년과 2013~2016년 등 5년 동안 오히려 지방으로의 순유출이 더 많았고, 2004년 이후 10년 이상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출 규모가 줄었던 흐름이 뒤집힌 것이다.
과거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인구 이동은 공식 통계가 잡힌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1년 동안 오로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순유출됐다. 실제로는 6·25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계속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1970년부터 1994년까지 25년 동안은 매년 10만명 이상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고, 1975년에 무려 64만1129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그러나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4년 이후 매년 수도권으로의 순유출 규모가 줄어들고, 2011년과 2013~2016년 등 5년 동안 오히려 지방으로 수도권 인구가 순유출됐다.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세종시에 41개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1만2천여명,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등에 152개 공공기관 5만1천여명을 옮긴 일이다.
인구 이동 흐름이 뒤집어짐에 따라 한때 정체했던 수도권 인구의 비율도 다시 커져 50%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에 시동을 건 2004년 47.8%였던 수도권 인구의 비율은 2010년까지 해마다 0.1~0.3%포인트씩 늘어났다. 2005년 48.1%, 2006년 48.4%, 2007년 48.6%, 2008년 48.8%, 2009년 49.0%, 2010년 49.2%, 2011년엔 49.3%였다. 그러나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 기관과 인원 이전이 시작된 2012년엔 49.3%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고, 2013년에 다시 49.4%로 0.1%포인트 늘어났으나, 2014~2015년에도 49.4%는 그대로 유지됐다. 수도권 인구 비율이 일시 정체한 2012~2015년은 세종시와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가장 활발한 때였다. 그러나 2016년 49.5%, 2017년 49.6%로 다시 0.1%포인트씩 늘어났고, 2018년엔 49.8%로 다시 증가폭이 0.2%포인트로 커졌다. 이 흐름이라면 이제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돌파하는 일은 시간문제다.
지역내 총생산(GRDP)도 인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내 총생산 중 수도권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02년 49.5%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 줄어들기 시작해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2012년엔 48.2%까지 내려갔다. 2003~2012년은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따른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던 때다. 그러나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되고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3년 48.7%로 돌아선 뒤 2014년 49.0%, 2015년 49.4%, 2016년 49.6%로 급상승했다. 결국 2017년엔 50.3%(잠정치)를 기록해 역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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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혁신도시 문현지구. 부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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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노무현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가 뒤집어진 데는 다음 정부에서 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을 입안한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인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균형발전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지·발전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행정도시로서의 세종시를 취소하려 했다. 수도권 규제도 풀어 지방으로 가야 할 기업들이 수도권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도시 건설을 취소하려고 시도했다. 이로 인해 세종시 건설이 2년가량 늦춰지고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양대 축으로 삼았던 균형발전 정책은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본격 추진한 판교 테크노밸리 사업도 균형발전 정책에 상당한 악영향을 줬다. 2011년 입주가 시작된 판교 테크노밸리는 2017년까지 1270개 기업이 입주했고, 매출도 79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또 균형발전이 악화한 데는 지방에 있는 전통적인 제조업 사업장들이 쇠퇴하거나 문을 닫는 상황도 영향을 줬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국내에서만 6개 지역이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됐는데, 모두 지방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전북 군산, 울산 동구, 경남 거제, 통영·고성, 창원 진해, 전남 영암·목포·해남 등이다. 모두 지방의 경제를 이끌었던 산업 거점들이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의 주요 산업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를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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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17일 경북 혁신도시가 있는 김천시 율곡동.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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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이은 새로운 2차 균형발전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2대 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민원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광주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를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10년의 공백을 메울 강도 높은 2단계 균형발전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방안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첨단 산업의 지방 유치, 지방 공항 국제화, 국공립대 통합과 지방 거점대학 육성”을 제시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해 2022년까지 4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29일 혁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지원단과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균형발전에 대해 노무현 정부만큼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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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혁신도시. 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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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했지만,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용인으로 갔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겠다고 한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아무 소식이 없다. 균형발전은 중대하고도 어려운 일이어서 대통령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렵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의지가 없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송재호 균형발전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은 아직 공공기관 1차 이전만 끝난 상태다. 여기에 관련 기업들이 가야 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야 하고, 연구소들도 결합해 ‘클러스터’(복합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과제다. 특히 2차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다면 1차 때보다도 더 높은 국민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우 김규원 이정하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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