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5 19:22
수정 : 2019.10.2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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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 대신에 디자인이나 캐릭터의 배경 설정, 스토리 등에 공을 들여 각각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도록 한다. 카카오게임즈 음양사 공식사이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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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⑬고퀄리티 중국 게임 ‘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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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 대신에 디자인이나 캐릭터의 배경 설정, 스토리 등에 공을 들여 각각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도록 한다. 카카오게임즈 음양사 공식사이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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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는 2017년에 한국에 첫선을 보인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은 평범한 수집형 아르피지(RPG)(이용자가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수행 게임)이다. 유료 재화인 부적을 사용해 식신을 소환하고, 식신을 육성해서 게임 내 몬스터나 다른 유저와 싸운다. 게임의 배경은 일본의 헤이안 시대다. 지금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로 변주되고 있는 전설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전승을 소재로 삼고 있다.
게임에는 일본의 유명한 요괴들이 등장하고, 일본의 유명한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그런데 정작 이 게임의 개발사는 중국 게임업계의 양대산맥이자 언제나 2인자 자리를 맡고 있는 넷이즈(netease)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일본의 전승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복잡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았고, 운영과 관련된 문제들이 겹쳐서 현재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음양사는 처음에 광고 모델을 아이유로 채택한 것이나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이 출시된 후 많은 이들이 놀란 것은 게임의 퀄리티였다. 2017년 상반기 정도만 해도 인기 있는 게임을 마구잡이로 모방해서 비슷한 게임들을 쏟아내며, 심지어 그 게임을 다시 모방한다는 것이 중국산 게임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러나 음양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공들인 게임그래픽, 오래되고 약간은 복잡하지만 오히려 게임하는 맛을 주었던 게임플레이 등을 선보이며 중국 게임의 퀄리티에 대한 인식을 일신했다.
이 게임의 가장 핵심은 식신의 캐릭터성이다. 여타의 수집형 게임처럼 엄청나게 많은 수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은 대신에 디자인이나 캐릭터의 배경 설정, 스토리 등에 공을 들여 각각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도록 만들었다. 많은 수집형 게임이 여자 캐릭터들을 주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반면, 이 게임의 인기와 비중은 남자 캐릭터들에게 쏠려 있다. 한술 더 떠 제작진은 비엘(Boys Love·남성동성애물)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떡밥’을 곳곳에 배치했고, 이는 게임에 몰입감을 높이는 요인이 됨과 동시에 팬들에 의한 2차 창작의 장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중국의 게임 개발은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여전히 출시되고 있는 양산형 게임은 물론이고,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진 게임들까지 합세해서 한국 모바일 마켓의 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한국의 게임업계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때문에 인력 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중국은 한국의 3~5배의 인원을 들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며 울상을 짓는다. 무엇보다도 2017년 사드 배치와 관련된 갈등 이후로 한국의 게임 회사들은 중국 시장에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게임전자출판물 비준’ 이른바 ‘판호’를 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은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려 있는 거대 산업이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야근 문화를 되돌리고, 중국 기업이 ‘고액 연봉’으로 인재를 빼간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 것이 대안일지는 의문이다. 게임 밖에도 삶이 있다는 말이 게이머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기에.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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