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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4 16:39 수정 : 2019.05.14 18:26

그래픽_고영숙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 10개월

‘딱지’ 대신 센서 접목 뒤 부활 조짐
신규 대출 1년새 11배…2천억 육박
대출 잔액 4천억원으로 갑절 늘어

단말기 첫 도입 IBK 담보물 20배↑
KB국민은 내달부터 QR코드 사용
가치 평가에 이력정보 활용 가능

‘5년 만의 흥행’ 유지 관건은 신뢰도
정확한 담보평가가 시장활성화 전제
금융위 “오는 6월부터 공동DB 운영”

그래픽_고영숙
지난 20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동산담보 관리업체 씨앤테크의 사무실. 스무명 남짓한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전국 각지에 있는 기계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었다. 은행에 담보로 잡힌 기계마다 이 업체가 개발한 손바닥만 한 동그란 단말기가 붙어 있는데, 담보물인 기계가 기존 위치를 벗어나거나, 작동 중이던 기계가 일주일 넘게 가동되지 않으면 ‘위험신호’가 울리게 돼 있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지피에스(GPS)로 위치정보를 인식하고, 외부 충격 여부와 기계 가동정보 등을 플랫폼에 전송하도록 한 것이다.

토지나 주택 같은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과 대비되는 기계·재고·축산물 등의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금융기관들에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동산 자산이 부족한 중소·창업기업에 동산담보대출이 유용해 정부에서도 대출 확대를 권장했지만, 은행으로서는 관리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에는 은행도 모르게 주인이 담보물을 경매 처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4년 1분기 동산담보 신규 취급액은 이전 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 그 추세가 이어졌다.

지지부진하던 동산담보대출 시장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되면서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석달에 한번씩 현장을 찾아 담보물을 확인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담보물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이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케이이비(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최근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규모(신규 기준)는 1년 새 11배나 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은행권 동산담보대출(신규 취급액)은 2017년 4분기 176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936억으로 크게 늘었다.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277억원에서 402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추산한 국내 중소기업의 보유 동산이 약 600조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잠재적 대출 시장 규모는 훨씬 크다.

씨앤테크는 지난해 6월부터 기업은행과 손잡고 이 은행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상품 담보물마다 단말기를 부착해 관리를 대행해주고 있다. 단말기 한대당 한달에 2만원씩 관리비를 받는다. 주로 기계류인 담보물은 초창기 200대에서 현재는 4천대가 넘을 정도로 급속하게 늘었다. 이따금 기계가 공장을 벗어나 직원들을 긴장하게 했지만, 대부분 수리를 위한 이동이었다고 한다. 이 회사 이상욱 품질팀장은 “잘 작동하던 기계가 일주일 넘게 가동되지 않아 알아봤더니 업주가 대출 연체로 잠적했던 사례도 있었다. 은행과 위험 정보를 즉각 공유해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말기로 소를 관리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관리 데이터가 쌓이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단말기는 ‘기계의 블랙박스’나 마찬가지”(김기덕 씨앤테크 대표)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기계가 잘 가동된다는 것은 이 회사 영업 상태가 좋다는 의미이기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김 대표는 “나중에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기계 이력 등의 정보가 기록돼있기 때문에 가치평가가 더 정확히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집적해 빅데이터 형태로 신용평가 모델도 만들 수 있다.

과거 은행의 기계담보물에는 ‘담보 목적물’이라고 적힌 ‘빨간 딱지’(왼쪽 사진)가 붙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단말기가 붙어(오른쪽 사진), 기계 위치와 가동 정보 등을 전송하게 된다. 케이티 제공
케이비(KB)국민은행은 케이티(KT)와 손잡고 3월에 새로운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계자산에 단말기를 붙여 관리하는 기본 작동방식은 기업은행과 비슷하다. 자동차 등 이동이 많은 동산담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단말기도 도입하고, 재고자산에는 큐아르(QR)코드를 붙여 관리할 계획이다. 케이티의 자회사 케이티텔레캅과도 연계해 담보물에 문제가 생기면 1시간 안에 텔레캅에서 출동하도록 할 방침이다. 케이티 서현득 팀장은 “단말기에서 기계 가동률 정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지면 은행이 채권 부실화 조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기업상품부의 이중훈 대리는 “예전에 기계자산엔 담보물 표식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붙여서 마치 압류물처럼 보여 직원들의 동요도 있고 업주들의 반발도 컸다”며 “시범 운영해봤더니 단말기 부착 방식은 대출받는 분들한테도 거부감이 덜 하다”고 설명했다.

동산담보대출 시장이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업계에선 “정확한 담보 평가와 회수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담보물 보관·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가치평가에 신뢰도가 없고 매각이 어려우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달리 취득가나 처분가가 정확하지 않아 일부 정책금융기관 이외에 시중은행들은 동산담보대출 시장에 관심이 부족하고, 현재 동산담보대출 시장도 기업은행의 점유율(잔액 기준)이 56%일 정도로 편중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는 6월부터 담보 이력과 거래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은행권 동산담보 공동 데이터베이스(DB)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상반기 중에 여러 곳에 흩어진 동산담보 회수 시장도 일원화한 포털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브라질너트·명품백도 담보물로…P2P업체도 들썩

개인간대출 동산담보 작년 8800억
부동산 경기 식자 블루오션 부상

금융당국의 독려를 받고 있는 은행권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피투피(P2P)대출 업체들도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24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피투피 동산담보대출 시장 규모는 8800억원(크라우드연구소 집계)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집계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42%)을 비롯해 부동산 관련 대출만 60%를 넘어 편중이 심했는데, 부동산 열기가 식어가는 데다 기존 제도권 금융업계의 관심이 덜한 탓에 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계담보 중심인 은행권과는 달리 피투피대출 업체는 다양한 재고자산을 다룬다. 아몬드, 명품백, 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동산담보 전문 피투피대출 업체 ‘시소펀딩’은 최근 브라질너트와 아몬드 9.4t을 담보로 투자금 1억2천만원을 모았다. 명품 의류 펀딩도 진행 중이다. 업체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매각이 쉬운 물품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담보물 관리를 위해 창고·물류업체와 협업하거나 아예 자체 창고를 운영한다. 부동산 투자에 주력했던 ‘투게더펀딩’은 지난 8월 물류업체 인터지스와 동산 관리 협약을 맺었고, 곧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팝펀딩’은 대출해준 자금으로 업체가 물건을 사면 자신들의 창고에 해당 물건들을 보관하도록 한다. 온라인 등을 통해 물건을 판매할 경우 배송도 대신 해준다. 이 회사 신현욱 대표는 “영업에 자신이 있어도 당장 물품 대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부동산 담보가 없으면 은행 대출이 쉽지 않다”며 “부동산대출이나 신용대출 모두 기존 제도권 금융이 해온 ‘레드오션’이라, 동산담보대출의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기존 부동산대출에 편중돼 있던 피투피대출 업계가 동산대출 비중을 늘려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피투피 투자 법제화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빅데이터·비계량정보 등을 활용한 심사기법과 다수 투자자의 집단지성은 기존에 취급하기 어려운 중금리·동산담보 대출 등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기대하게 한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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