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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2 18:19 수정 : 2019.06.03 09:58

그래픽_고윤결

‘드라이빙스쿨’ 체험해보니

이론 배우고 실전 교육 거치니
브레이크 안 쓰는 긴급회피 거뜬
사고 부르는 운전습관 깨닫기도

현대차, 베엠베 등 수시 개설
초보 참여 가능 교육 받다보면
운전 자신감 업, 짜릿한 느낌 덤

그래픽_고윤결
주행 중인 차를 1∼2초 안에 멈춰 세워야 하는 상황.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 없이 곧장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 순간. 급코너링을 하던 도중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 나가는 차. 추적추적 비 내리는 어느날 밤, 이런 아찔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차의 다양한 움직임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는 초보에게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다. 이런 때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베엠베(BMW)의 드라이빙 센터, 벤츠 AMG의 드라이빙 아카데미 등이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널따랗고 구불구불한 서킷에서 운전 고수들이 고속 주행과 드리프트를 즐기는 곳 아닌가 싶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초보운전자의 자신감을 ‘업’ 시켜줄 프로그램도 수시로 열린다.

지난달 초 강원도 인제의 현대차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동승자가 된 사람도, 운전면허를 딴 지 20일이 됐다는 30대 초반 초보 운전자였다. ‘아∼ 3주 되셨구나’ 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밝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나 오늘 어떡하니’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운전을 몇 년 한 기자나, 면허를 딴 지 20일 된 그나, 트랙 위 ‘러버 콘’(고무로 된 원뿔 구조물)들을 우다다다 쓰러뜨리긴 매한가지였다. 나이가 5∼6살은 더 많아 보이는 저들도 마찬가지. 초보라고 쫄 필요가 전혀 없다.

현대차 드라이빙스쿨 ‘레벨 1’ 교육은 음주 측정으로 시작한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 뒤엔 초보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잘못된 운전 습관이 굳어져 있는 숙련자들에겐 내심 ‘뜨끔’한 이론 교육이 이어진다. 운전대와 상체 사이 적절한 간격, 브레이크를 완전히 밟았을 때의 무릎 각도 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카레이서 출신 인스트럭터가 “20년 이상 경력자도 절대 한 손으로 운전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조용히 반성했다. 왼발을 풋레스트가 아닌 좌석 아래 쪽으로 밀어넣다시피하고 운전하는 습관이 있는데, 안 고쳤다가는 차량이 많이 흔들리거나 추돌사고가 나면 몸이 균형을 잃어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단 점도 새삼 깨달았다.

다음은 러버콘이 여기저기 세워진 교육장에서 본격 실전 교육. 인스트럭터가 ‘매의 눈’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매번 무전기로 조언을 해주니 귀를 쫑긋해야 한다. 똑같은 구간에서 똑같은 러버콘을 번번이 치고 지나가는 나에게는 “평소 운전하는 차체 뒷부분이 짧은가 보네요”라며 궁예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동승자는 시속 50㎞로 직진 주행하다 브레이킹 없이 핸들 조작만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해가는 ‘긴급 회피’ 구간을 ‘끼이익’ 소리와 함께 완벽하게 통과한 뒤 ‘아주 좋았습니다!’란 칭찬을 듣고 입이 귀에 걸렸다. 가장 잘하는 교육생의 차량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며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고 동승자와 의기투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교육 초반 대체로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풀 브레이킹’이다. 브레이크란 자고로 나비가 꽃잎에 앉듯 사뿐히 밟는 것이 미덕 아니던가. 그러나 드라이빙 교육 때는 시속 40∼50㎞로 달리다가 목표 지점 바로 전에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 차를 한방에 세우는 연습을 하게 된다. 제대로 한다면 브레이크 페달이 부르르 떠는 느낌이 나는데, 이게 에이비에스(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다. 누군가 도로로 뛰어드는 실제 상황을 떠올리며,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부숴버릴 듯 브레이크를 밟아보길 추천한다.

초보 티를 한 꺼풀 벗어던진 동승자는 마지막 교육 코스인 3908m, 19개 코너의 서킷 주행을 할 때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진입은 천천히, 빠져나갈 땐 빠르게) 코너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속 상태에서 코너에 들어갔다가 언더스티어링(차가 조향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관성 때문에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잠시 발생한 순간, 핸들을 안쪽으로 꺾어내는 순발력도 보여줬다. 종일 쓰러진 러버콘들을 다시 세우느라 교육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무전기에 대고 ‘시선 처리! 시선 처리!’를 외쳐주었던 인스트럭터 덕분일 테다. 타이어 마찰음이 주는 짜릿함, 운전 고수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현대차, 가성비 으뜸…베엠베, 가족참여 인기…벤츠, 소수 집중 교육

드라이빙스쿨 프로그램 비교해보니

“드리프트도 배울 수 있나요?” 8일 강원도 인제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1 교육을 마친 한 교육생이 물었다. 드리프트는 가속 상태에서 미끄러지듯 코너를 지나는 주행법을 뜻한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드리프트. 초급 교육을 이수했다면 드리프트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베엠베(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는 게 좋다.

베엠베 드라이빙 센터에는 물에 젖은 노면에서 드리프트만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엠(M) 드리프트’ 프로그램(4시간·50만원)이 운영되고 있다. 겨울에는 눈 위에서 드리프트 등을 해보는 ‘스노우 엠 드리프트’(2시간20분·30만원)도 운영된다. 경기도 용인의 AMG(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퍼포먼스 교육 이수자만 신청 가능한 어드밴스드 과정에서 실습 기회를 준다.

꼭 드리프트가 아니어도 3개 회사의 드라이빙 교육에선 중급 이상의 다양한 운전 기술을 익힐 수 있다. 현대차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배울 건 다 배우는데, 가격은 저렴하단 면에서 ‘가성비’가 으뜸이다.

레벨1 교육은 아반떼, 벨로스터, K3, 스팅어, G70 등 차종에 따라 5만∼10만원이다. 보다 복잡한 슬라럼을 체험하고, 복합 짐카나 코스에서 랩타임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레벨2는 6만∼10만원, 스포츠 드라이빙 심화 교육 단계인 레벨3은 18만∼25만원, 비디오 주행 분석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수준 교육 레벨 4는 60만원이다. 1년에 2번씩 모집하던 것을, 올해 5월부터는 연 80∼100회로 상시화해 접근성도 높아졌다. 강원도 인제까지 간 김에 가까운 내린천 여행 등을 함께 잡으면 알찬 휴일을 보내볼 수 있다.

베엠베 드라이빙 센터는 이벤트홀, 주니어 캠퍼스 등이 있는 복합 자동차 문화공간 성격이다. 전시장에서 베엠베와 미니 브랜드 차량을 구경하고 탑승해보는 것도 가능해 가족 단위 참여가 꽤 된다. 2014년 개장 뒤 82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다. 2.6㎞의 드라이빙 코스를 체험하는 ‘챌린지’ 프로그램(5만∼10만원)과 어드밴스드(10만∼14만원) 교육에 더해 8∼9시간에 걸쳐 드라이빙 기술을 배우는 베엠베 인텐시브(80만원), 미니 인텐시브(60만원) 등 더욱 집중도 높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다양한 경사로나 우거진 숲길, 철길, 통나무길, 암석이나 모래 길 등 8가지 주행 모듈이 준비된 오프로드 체험(30분·3만∼5만원)도 가능하다.

벤츠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비교적 소수의 참가자를 모은다. AMG퍼포먼스 수료자만 신청할 수 있는 AMG 어드밴스와 AMG 프라이빗이 올해 새로 추가됐다. 어드밴스드의 경우 1박2일 동안 실제 선수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 제어와 드리프트 실습, 개인별 비디오 분석 및 코칭 기회도 주어진다. 프라이빗은 세션당 5명으로 운영되는 소수 정예 프로그램이다. 수준별 전담 인스트럭터가 배정돼 1대1 맞춤형 트레이닝을 해준다. AMG 아카데미는 참가비용이 60만∼3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게 단점이지만, 고성능 차량의 퍼포먼스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

3개 회사 모두 전문 카레이서의 운전을 옆좌석에서 지켜보며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서킷 택시’ 등 다양한 교육 외 프로그램도 준비해놨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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