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27 16:22 수정 : 2019.06.28 09:34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지난 6개월은 ‘황교안의 시간’이었다. 2017년 탄핵사태 이후 줄곧 10%대에 묶여 있던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1월 20%대로 급등한 데에는 황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가 등장하자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보수층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했다. 경제에 대한 불만까지 가세하면서 ‘문재인의 시간’은 가고 ‘황교안의 시간’이 오는가 싶었다.

때마침 쪼그라들었던 한국당 지지층의 60%가 복원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관심을 끌었다. 한국리서치의 6월6~7일 조사(1000명 대상)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탄핵사태 이전부터 지지한 층(307명) 중 지금도 지지한다는 응답은 59.7%였다. 2017년 2월의 28%에 견줘 두배로 뛰었다. 이 중 바른미래당 지지자까지 합치면 과거 새누리당 지지층의 65.1%인 약 3분의 2가 보수정당 지지로 회귀한 셈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5월 말 이후 한국당 지지도는 20% 초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2020년 총선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한국당 지지도는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을 이탈해 ‘탄핵연합’에 가세했던 부산·울산·경남, 50대, 그리고 경제적 상층에서도 여전히 열세다.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외연확장에 나선 황교안 대표의 발언과 행동에도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지도자 자질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반인권적’ 발언, 스펙 관리를 하지 못한 한 청년이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로 자기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력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80%에 육박하던 문재인 정부 지지도가 거의 반토막 나고 차기 대선에서 ‘집권여당을 한번 더 밀어줘야 한다’(45.8%) 못지않게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45.8%)는 여론이 높아도, 막상 한국당이라는 대안 앞에 이르면 견제 심리도 멈춘다. 탄핵사태 전까지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층의 약 3분의 1이 여전히 보수정당을 외면하는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이들 ‘흔들리는’ 보수층은 탄핵에 찬성하고 대북·안보 이슈보다 민생·복지 이슈에 관심이 많다. 지금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해 있는 보수층과 한데 섞이기 어렵다는 신호다. 탄핵에 대한 책임 등 과거에 대한 성찰, 혁신 없이 한국당의 총선 전망도 암울하다.

그동안 대통령 임기 중·후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중간평가적 성격이 크고 견제론이 작동해왔다. 선거에서 한 정당이 네번 연속 이긴 선례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이겼다. 이처럼 흐름만 놓고 보면 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불리하다.

특히 경제·민생은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이다.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4·3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은 경제 실정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제기했고 성과도 쏠쏠했다. 돌이켜보면 2016년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1당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중간 지대 유권자들의 민생 불안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앞의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여론은 39%에 그쳤지만 ‘야당심판론’에 대해서는 51.8%나 공감했다. 한국당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하는 순간 오히려 ‘야당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의 덫에 빠진 셈이다. 60대 이상, 대구·경북, 보수성향 층에서만 ‘정권심판론’ 주장이 힘을 받고 있을 뿐, 부산·울산·경남, 50대, 중도층 등 선택을 유보한 보수층에서는 ‘야당심판론’에 대한 지지가 더 높다. 이른바 ‘침대축구’ 행태로 정치를 무력화한 한국당이 아직은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한 듯하다.

내년 총선까지 300일도 채 안 남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높지만 뾰족한 대안도 안 보이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합의안 파기에서 드러나듯이 공익보다 분파이익을 우선하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복권도 요원하다. 비록 탄핵연합은 끝났지만 ‘문재인의 시간’을 위한 마지막 기회, 그 틈새 공간이 펼쳐진 셈이다. 진짜 정치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 공간, 실력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hgy4215@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