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팀장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택일이 흥미롭다. 힘과 영향력으로 1~20위인 나라들의 정상회의는 베르사유조약이 맺어진 지 딱 100년 되는 날 개막한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인 1차대전을 마무리하는 베르사유조약은 영구 평화 체제라는 꿈을 담았다. 그게 일장춘몽이요 사상누각이었음이 입증되는 데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회의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30여년간 유일 패권국 지위를 누린 미국과 도전자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된 갈등을 진정시킬 전기를 찾느냐다. 큰 전쟁을 정리한 100년 전과 지금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은 분쟁의 종말이 아니라 초입으로 보인다는 대조적 측면도 있다. 100년 전 베르사유조약으로 이어진 파리강화회의에서 철저히 무시당한 중국이 양대 강국(G2)으로 부상한 것은 대반전이다. 그때 연합국들이 독일을 징벌하는 데 몰두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진영의 압박 대상이다. 베르사유조약을 탄생시킨 1차대전은 소모전이라는 이름으로 교훈을 남겼다. 1916년 내내 프랑스 베르? 지역 하나를 놓고 벌인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37만7천명, 독일군은 35만7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런데 전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독일군 사령관은 다른 것 없이 최대한의 살상만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같은 해 솜강 전투도 만만찮았다. 영국군은 단 하루에 5만7천명이라는 전쟁사상 최대 사상자를 낳고도 불과 1마일을 전진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양쪽이 1951년 7월 휴전협상을 시작하고도 2년간 많은 인명을 버리며 한 전투도 소모전이다. 이런 소모전은 결국 얻는 게 없고 잃는 것만 많다. 양차 대전에서 승부는 나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볼수록 전쟁이란 무용하고 끔찍할 뿐인 소모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아까 언급한 베르?瓦【 9세기에 프랑크족 정복자 샤를마뉴의 손자 셋이 유럽을 분할해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원형을 만들었다. 그 뒤 유럽인들은 1천년 넘게 서로 질기게도 싸웠는데 크게 봐서 얼마나 바뀐 게 있나. 샤를마뉴의 후예들은 1천년도 더 지나 오로지 피를 흘리려고 다시 베르?瓦 모인 셈이다. 베를린장벽 붕괴 한달 뒤인 1989년 12월 유럽 정상들의 만찬장에서 독일 통일을 강하게 반대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우리는 독일을 두번 물리쳤는데, 그들이 돌아왔다”고 불평했다. 대처도 그런 역사적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호전적이고 양보를 모르는 지도자들과, 그들을 만들고 또 따르는 여론이 지구를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다. 가장 치명적 망각인 전쟁에 대한 망각이 진행돼왔다. 유독한 사상이 빈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다 맡겼다면 미국은 4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고 한다. 6일 노르망디 상륙 75돌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깨트릴 수 없는” 서구 동맹을 강조했고,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무수한 것을 앗아간 수많은 전쟁이 인류에게 준 선물은 단 두가지 교훈뿐이다. 우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대개 전쟁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다. 역사적 기념일에 오사카에서 만나는 지도자들은 이 두 교훈을 얼마나 진지하게 새길까. ebon@hani.co.kr
칼럼 |
[코즈모폴리턴] 베르사유와 베르?窩 교훈 / 이본영 |
국제뉴스팀장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택일이 흥미롭다. 힘과 영향력으로 1~20위인 나라들의 정상회의는 베르사유조약이 맺어진 지 딱 100년 되는 날 개막한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인 1차대전을 마무리하는 베르사유조약은 영구 평화 체제라는 꿈을 담았다. 그게 일장춘몽이요 사상누각이었음이 입증되는 데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회의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30여년간 유일 패권국 지위를 누린 미국과 도전자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된 갈등을 진정시킬 전기를 찾느냐다. 큰 전쟁을 정리한 100년 전과 지금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은 분쟁의 종말이 아니라 초입으로 보인다는 대조적 측면도 있다. 100년 전 베르사유조약으로 이어진 파리강화회의에서 철저히 무시당한 중국이 양대 강국(G2)으로 부상한 것은 대반전이다. 그때 연합국들이 독일을 징벌하는 데 몰두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진영의 압박 대상이다. 베르사유조약을 탄생시킨 1차대전은 소모전이라는 이름으로 교훈을 남겼다. 1916년 내내 프랑스 베르? 지역 하나를 놓고 벌인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37만7천명, 독일군은 35만7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런데 전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독일군 사령관은 다른 것 없이 최대한의 살상만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같은 해 솜강 전투도 만만찮았다. 영국군은 단 하루에 5만7천명이라는 전쟁사상 최대 사상자를 낳고도 불과 1마일을 전진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양쪽이 1951년 7월 휴전협상을 시작하고도 2년간 많은 인명을 버리며 한 전투도 소모전이다. 이런 소모전은 결국 얻는 게 없고 잃는 것만 많다. 양차 대전에서 승부는 나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볼수록 전쟁이란 무용하고 끔찍할 뿐인 소모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아까 언급한 베르?瓦【 9세기에 프랑크족 정복자 샤를마뉴의 손자 셋이 유럽을 분할해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원형을 만들었다. 그 뒤 유럽인들은 1천년 넘게 서로 질기게도 싸웠는데 크게 봐서 얼마나 바뀐 게 있나. 샤를마뉴의 후예들은 1천년도 더 지나 오로지 피를 흘리려고 다시 베르?瓦 모인 셈이다. 베를린장벽 붕괴 한달 뒤인 1989년 12월 유럽 정상들의 만찬장에서 독일 통일을 강하게 반대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우리는 독일을 두번 물리쳤는데, 그들이 돌아왔다”고 불평했다. 대처도 그런 역사적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호전적이고 양보를 모르는 지도자들과, 그들을 만들고 또 따르는 여론이 지구를 한 바퀴 빙 두르고 있다. 가장 치명적 망각인 전쟁에 대한 망각이 진행돼왔다. 유독한 사상이 빈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다 맡겼다면 미국은 4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고 한다. 6일 노르망디 상륙 75돌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깨트릴 수 없는” 서구 동맹을 강조했고,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무수한 것을 앗아간 수많은 전쟁이 인류에게 준 선물은 단 두가지 교훈뿐이다. 우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대개 전쟁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다. 역사적 기념일에 오사카에서 만나는 지도자들은 이 두 교훈을 얼마나 진지하게 새길까.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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