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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영상 특별강연을 통해 “우리가 15년 안에 전환하지 않으면, 80년 안에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관련 사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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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아미래포럼] 두개의 위기, 미래를 위한 선택
특별 영상강연: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저성장·불평등·기후변화 등
과학자들 진단은 ‘대멸종의 시기’
탄소 기반 문명 탈출할 비전 시급
‘3차 산업혁명’에 해답 있어
수평적 소통 확장시킬 ‘글로컬화’
재생에너지·새 운송기술과 융힙
시장경제를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한국 등 디지털 세대 선두에 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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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영상 특별강연을 통해 “우리가 15년 안에 전환하지 않으면, 80년 안에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관련 사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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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는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다. 이 논의의 핵심을 파고드는 대표적 연사는 제러미 리프킨이다. 그는 23일 오전 ‘두 개의 위기, 미래를 위한 선택'이란 제목의 영상 특별강연을 펼친다. 그는 일찍이 여러 저서에서 과학기술의 변화가 어떻게 일자리와 시장, 나아가 경제와 사회를 바꾸는지를 예측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9월26일 미국 현지에서 그의 강연을 사전녹화했다. 수도 워싱턴 인근의 작은 도시인 베세즈다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약 25분간 사전녹화를 했는데, 리프킨은 단 한 차례의 엔지도 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논지를 펼쳤다. 몇 줄의 필사 메모가 적힌 종이 한 장만 들고서 무대에서 실제 강연을 하듯 카메라만 응시한 채 말의 향연을 이어갔다.
이 강연에서 리프킨은 세계가 큰 위기에 부닥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앞으로 20년간 생산성이 더 하락해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고, 실업이 급증하고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 결과 정부를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극단적인 정치 양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기후변화 등 생태적 위기의 급박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열쇠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경제비전과 게임플랜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융합에 따른 인프라 구조의 변혁을 말한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인류 사회를) 거래와 시장 경제에서, 흐름과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움직이게 할 것”이라며 “인류를 좀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공유경제로 이끌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인류의 이런 대전환에 “소통혁명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의 특별강연을 요약해 싣는다.
안녕하세요. 아시아미래포럼에 오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한 세대 동안 생산력이 둔화된 결과 높은 구조적 실업이 빚어져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Z)세대 등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느라 애를 먹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20년간 생산력은 더 둔화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지금 인류의 절반 정도는 우리 조상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5달러 혹은 그 이하로 버는 45%의 인구는 그전보다 삶이 나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8명의 재산을 합치니,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5억명의 재산과 같았습니다. 우리 인류의 경제 방식에 뭔가 굉장한 기능적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건 우리가 살아온 산업화 시대가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지금 더 심각한 위기에 부닥쳐 있습니다. 지난 200년간 석탄기 시대, 우리는 두 번의 산업혁명을 겪으며 무덤을 파는 행위를 해왔습니다. 동식물의 사체를 석탄과 석유라는 형태로 파내온 거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산업사회를 창조한 겁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태우며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권에 배출했고, 더는 태양열을 지구에서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실시간 기후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왜 무서울까요? 지구는 물의 행성입니다. 우리의 생태계는 물의 순환을 기반으로 수억만년을 거쳐 진화해왔습니다.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지면 대기가 지면에서 강수량의 7%가량을 추가로 흡수합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통제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인 물 관련 사태가 빚어집니다. 겨울엔 영하 50도의 사람이 살 수 없는 추운 날씨가, 여름에는 가뭄과 산불 재해가 찾아옵니다. 우리 생태계는 이 물의 순환을 따라잡을 수 없어 무너지는 중입니다.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과학자들은 우리가 현재 지구상 여섯번째 대멸종의 시기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또 앞으로 70~80년 사이에 동식물 종의 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살아가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직전의 대멸종이 있었던 때는 6500만년 전입니다. 유엔 기후패널의 과학자들은 이제 완전히 문명을 변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글로벌 경제체계로 인류와 생태계를 구해내야 한다는 겁니다. 칼날처럼 짧은 시간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를 위한 새로운 경제 비전이 필요합니다. 그 비전을 실행할 게임플랜도 필요합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신속해야 합니다. 우리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만약 한 세대 후 아직 우리가 남아 있다면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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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1세대 솔라루프가 장착된 자동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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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재생에너지, 새 운송체계와 융합이 기술혁명 불러
인류 역사상 거대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최소 일곱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순간적으로 세 가지의 기술이 떠올라 문명을 가로질러 접목하면서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경제활동, 사회생활, 그리고 거버넌스를 관리하고 강화하고 움직이는 범용 기술 플랫폼입니다.
그 세 가지 기술 혁명이 뭐냐고요? 첫째는 우리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및 거버넌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입니다. 둘째는 우리의 경제활동, 사회생활 및 거버넌스에 더 효율적인 동력을 줄 새로운 에너지원입니다. 셋째는 경제활동, 사회생활 및 통치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새로운 운송 및 이동 방법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새로운 에너지 체제와 운송 기술과 맞닿을 때, 이는 한 문명에서 집단적 삶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변형시킵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우리가 통치하는 방법을 바꿉니다. 우리의 시간적, 공간적 방향성을 바꾸죠. 인류의 이야기를 바꿉니다.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아무리 시장개혁, 노동개혁, 재정개혁을 한다고 해도, 아무리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을 자극한다 하더라도, 20세기의 낡은 인프라 구조에 의존해 에너지를 관리하고 사회를 움직이려 한다면 더 높은 생산력이나 생성력을 기대하긴 힘들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30여년간 우리는 소통의 혁명을 겪었습니다. 월드 와이드 웹(WWW)과 인터넷은 45억명의 인간을 연결했습니다. 조만간 인류 모두가 연결될 것입니다. 스마트폰 덕분이죠. 세계적으로 디지털화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디지털화된 에너지 그리드(에너지 인터넷)와 융합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수백만명의 사람들, 중소기업, 집주인, 대기업 그리고 정부까지 스스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사는 곳 주변에서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앞의 두 인터넷이 세번째 인터넷과 만나고 있는데요, 바로 디지털화된 운송 인터넷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돌아가는 전기차 또는 수소연료 전지차가 앞으로 10년 안에 공유서비스화해 자동으로 도로, 철도, 항로를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인터넷, 즉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디지털 재생에너지 인터넷, 디지털 운송·이동 인터넷은 동력을 관리하고 사회를 움직이게 될 것이며, 사물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의 꼭대기로 사회를 옮겨갈 것입니다.
3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구조는 (종전의 것과) 굉장히 다릅니다. 이 인프라 구조는 중앙집권이 아니라 분산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지식재산권에 갇히지 않고 투명할 때 이는 가장 효율적이죠. 열린 공간을 마련하면 네트워크 현상이 생기는데, 더 많은 사람이 소통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는 블록체인 등을 통해 수평적으로 확장되어 많은 사람이 더 나누고, 공평한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를 글로벌화에서 글로컬화로 이끕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500개의 거대 기업이 고작 620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한 반면, 35억명은 일자리가 없는 시대였습니다. 글로컬화는 이미 세계 여러 곳, 즉 한국과 유럽,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지역과 기업들이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으로 그리고 실제로 만나면서요. 굉장히 낮은 고정비용과 한계비용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는 우리를 좀더 수평적인 세상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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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원들이 안산예술의전당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살펴본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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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의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새로운 기회를 이끌어갈 것”
이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선 모든 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이 서로 네트워크화되고 모든 건물은 연결의 교점이 됩니다. 우리는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거래에서 흐름으로, 시장경제에서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옮겨갑니다. 어떤 영역의 한계비용은 아주 낮아져 영(제로)에 가까워집니다. 이렇게 해서 우린 공유경제에 도달하게 됩니다.
지금도 수억명이 매일 자신이 만든 음악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행위예술가 싸이는 디지털 녹음기로 노래와 춤을 만들어 3개월 만에 30억명이 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고정비용이 들지 않았고, 한계비용도 영에 가까웠습니다. 이게 바로 혁명입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지켜보세요. 한국은 소통혁명의 선두주자입니다. 또 한국은 문화적 아이콘이죠.
3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스마트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이동한 국가들은 생존하고 번영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총체적인 효율성의 증가를 가져올 뿐 아니라, 우리를 탄소 문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21세기의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도록 돕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며, 앞으로 최소 20년간 우리가 지구와 관계를 다시 맺는 길을 나서게 도와줍니다.
만약 우리가 15년 안에 전환하지 않으면 80여년이 흐른 뒤에는 지구에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사고를 잇따라 겪게 될 것입니다. 사상 최대의 위기이지만 모든 큰 위기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은 여러 국가들의 선두여야 합니다. 아시아와 세계를 이끌어야 합니다. 유럽과 한국의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들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이 실천할 때입니다.
△제러미 리프킨
1945년 미국 덴버 출생.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전공.
현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미래학자, 문명비평가, 환경학자, 사상가, 운동가, 저술가 등 다양하게 불림.
주요 저서: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한계비용 제로 사회>, <유러피언 드림>, <공감의 시대> 등.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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