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8 07:10
수정 : 2019.10.28 14:54
[조국, 그 이후] ① 촛불이 던지는 질문/심층좌담
“검찰 얘기만 일방적으로 받아써
왔다갔다 하는 보도 뭐가 진실인지
팩트체크를 일반 독자가 어떻게 하나
신문 4종류 봐야 감 잡을 수 있을 정도”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뒤 석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정국’에 대해 토론하는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 모인 시위대 수와 소셜미디어(SNS)로 분출된 말폭탄의 격함, 그리고 여론조사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민심을 포착하기 위해 <한겨레>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할 말을 못했다는 20~50대 남녀 참석자 6명은 말문이 트이기 무섭게 꼭꼭 담아둔 생각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표적집단심층좌담에 참석한 이들의 가명은 2016년과 2019년 광장 집회 경험의 유무에 따라 표시했다. △탄핵 촉구 광화문 집회에 나갔고 이번에 서초동에 간 사람은 ‘광서’ △광화문 집회에 갔으나 이번엔 안 나간 이는 ‘광무’ △두번 모두 집회에 나가지 않은 경우엔 ‘무무’로 표기하면서 뒤에 성별을 구분해 표시(남·여)했다. 토론은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조국 정국을 지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영역 중 하나가 언론이었다. 보도의 신중함이나 객관성 여부를 떠나 모두가 ‘조국 쓰나미’에 휩쓸려 신뢰가 동반추락했다. 표적집단심층좌담(FGD)에 참여한 이들도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광무여(25)는 “조국의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모든 언론이 거의 매일 조국 뉴스를 톱으로 다뤘다. 온 사회가 마비된 데는 언론의 잘못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른다. 조국 가족을 ‘연좌제’로 수사하는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마치 관례인 것처럼 말하고, <한겨레>는 이렇게 수사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한다. 국민들이 어떤 것이 ‘관례’인지 저마다 알아서 팩트체크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무무남(55)은 “신문을 최소 4종류는 봐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더라”며 “논조가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하는 몇몇 신문도 보도가 하루하루 왔다 갔다 해서 어느 게 진실인지 모르겠더라. 말은 과격해도 믿을 놈 없다 싶었다”고 했다. 광서남(29)도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기 때문에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 모르고 그냥 보게 된다. 저한테는 언론이 미칠 영향력이란 것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나이의 86세대인데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놓고 가장 날카롭게 의견이 맞선 건 광서남(54)과 광무남(54)이었다. 광서남(54)은 한국 언론 전반에 매우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고 했다. “검찰은 본래 의심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은 ‘너의 의심은 과연 합리적이야? 정확해?’라고 물어야지 이해당사자인 검찰 얘기를 그대로 받아쓰면 안 되지 않나. 보도의 행태와 내용이 일방적이었고 그에 대한 반론도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모든 것을 떠나서 팩트체크가 핵심인데 언론이 그걸 잘했는지 의심스럽다.”
광무남(54)은 언론뿐 아니라 뉴스 소비자들의 편향적인 태도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독자들, 뉴스 수용자들의 행태였다.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기 생각하고 다른 경우엔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공격한다.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수치의 조사 결과를 냈던 여론조사기관조차도 민주당 지지율이 잘 안 나오면 여론조작 가짜조사라고 할 정도였다. 수용자들의 태도가 너무 정파적이고 확증편향적이다.”
광무여(25)는 “기사 댓글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담기는 걸 보면, 과연 기자들이 저런 것까지 다 감수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신문·방송을 떠나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다. 언론은 이제 원론적인 지점부터 스스로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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