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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20:40 수정 : 2020.01.11 15:49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에 실패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에 실패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9일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지휘 실패 책임과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6명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왔습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참사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2015년 12월15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세월호와의 교신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것을 다 챙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안녕하세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를 썼던 토요판팀 정은주 기자입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됐지만, 해경 수뇌부가 기소돼 구조 지휘 실패 책임을 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당시 구조 지휘를 이끌었던 김석균 전 청장, 김수현 전 서해청장, 김문홍 전 서장뿐 아니라, 당시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해경 경비과장, 유연식 서해청 상황담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니, 검찰이 주목하는 해경의 구조 실패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네요.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6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이 구명보트를 내리는데 정장 김경일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지금 배 상태가 어때요?” 상급자들이 왜 현장 보고가 안 들어오냐고 다그치자 여인태 경비과장이 전화를 건 거였습니다. “현재 (세월호가) 좌현으로 약 45도, 50도 기울었습니다.” 123정장의 첫 현장 보고가 시작됐습니다.

“사람들 보여요, 안 보여요?”(여인태)

“사람들 하나도 안 보입니다, 지금.”(김경일)

“사람들 바다에 뛰어내렸어요, 안 내렸어요?”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침몰할 것 같아요, 안 할 것 같아요?”

“현재 봐서는 계속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여인태 경비과장은 세월호가 좌현 50도로 기울어졌는데, 사람이 밖으로 나와 있지 않다는 현장 보고를 받았습니다. 수백 명이 배 안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배는 계속 기울어지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2분22초간 꼬치꼬치 보고를 받았지만, 그는 승객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라거나 방송장비를 이용해 퇴선 명령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긴박하고도 구체적인 현장 상황 보고를 혼자 휴대전화로 들었는데도 왜 인명 구조를 지시하지 않았을까요? 2014년 7월 감사원 조사에서 그는 “상황 지휘를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제가 독단적으로 직접 (123정에) 지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9시40분께 이춘재 경비국장에게 김경일 정장의 첫 보고 내용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후 이춘재 경비국장은 문자상황보고시스템으로 “현장 상황 판단, 선장과 통화, 라이프래프트(구명뗏목) 등 이용 탈출 권고 바람”(9시44분) “라이프재킷(구명조끼) 입고 갑판상으로 집결 조치”(9시55분)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123정에는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이런 지시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고 발생 1시간 가까이 되도록 해경 수뇌부는 현장 출동 경비정의 통신 장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해경이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9시23분에도 찾아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친 것은 유연식 서해청 상황담당관입니다. 9시5분부터 9시35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교신하던 진도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은 9시23분에 “세월호에서 승객 비상 탈출 여부를 물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습니다. 유연식 상황담당관은 “선장이 퇴선 명령을 할지 말지 알아서 하라”고 답합니다. 현장 상황을 더 알아보지 않고 구조 책임을 선장에게 미뤄버린 것입니다. 결국 10시30분께 세월호가 뒤집혀 침몰할 때까지 해경 구조세력(경비정과 헬기)은 “승객은 밖으로 나오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선내에 한 명도 들어가지 않고, 퇴선 명령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해경이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기울였다는 “혼신의 노력”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집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서 서는 그날, 김석균 전 청장이 소상히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정은주 토요판 팀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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