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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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크로스비
나와 그녀가 나무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속에서 자전거를 탄다. 햇살이 바늘처럼 따갑다. 등 뒤에서 그녀가 내 허리춤을 꽉 잡는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옆에서 친구가 되어 함께 달리고, 바람은 앞에서 휘파람을 분다. 시원하다. 밤이 되자 살짝 그녀를 내 팔 안으로 당겨 양재천 옆 작은 와인집의 문을 두드린다. 우리들의 ‘한여름 밤의 꿈’은 이렇게 시작된다. 크로스비는 양재천으로 데이트 나온 나와 그녀의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한쪽에 늘어선 엘피판이 재즈 음악을 들려주고 프랑스 와인들이 원산지별로 촘촘히 메뉴판에 박혀 있다. 이곳에 프랑스 와인이 많은 이유는 6년이라는 이 집만의 시간 때문이다. 6년 전 양재천 옆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황량한 터에 주인장 김옥재(33)씨가 아담한 집을 열었다. 그는 이곳을 온통 프랑스 와인으로 채웠다. 자연스럽게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단골이 되었다. 그들과 함께 만든 와인 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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