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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1 16:15 수정 : 2007.07.16 14:26

크로스비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크로스비

나와 그녀가 나무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속에서 자전거를 탄다. 햇살이 바늘처럼 따갑다. 등 뒤에서 그녀가 내 허리춤을 꽉 잡는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옆에서 친구가 되어 함께 달리고, 바람은 앞에서 휘파람을 분다. 시원하다. 밤이 되자 살짝 그녀를 내 팔 안으로 당겨 양재천 옆 작은 와인집의 문을 두드린다. 우리들의 ‘한여름 밤의 꿈’은 이렇게 시작된다.

크로스비는 양재천으로 데이트 나온 나와 그녀의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한쪽에 늘어선 엘피판이 재즈 음악을 들려주고 프랑스 와인들이 원산지별로 촘촘히 메뉴판에 박혀 있다. 이곳에 프랑스 와인이 많은 이유는 6년이라는 이 집만의 시간 때문이다.

6년 전 양재천 옆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황량한 터에 주인장 김옥재(33)씨가 아담한 집을 열었다. 그는 이곳을 온통 프랑스 와인으로 채웠다. 자연스럽게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단골이 되었다. 그들과 함께 만든 와인 리스트이다.


크로스비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은 리스트를 바꾼다. 종류와 가짓수는 달라져도 전통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와인을 넣자는 주인장의 생각은 그대로 유지한다. 250여 가지 와인이 있고 4만·5만·6만원대가 많다. 양이 적은 1만8천원과 2만원대 와인도 있다.

저녁 식사 요리는 샌드위치와 밥 요리이고, 안주는 채소류나 치즈 등이다. 와인을 주문하면 간단한 안주가 함께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와인을 마시기에 충분하다. 낮에는 밤보다 20% 싼값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두툼한 쿠바 시가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요즘 주인장은 99년산 샤또 디껨과 96년산 샤도 그뤼오 라로즈에 빠져 있다. 주인장을 따라 샤도 디껨을 들고 야외 테라스로 나간다. 와인잔에 튕겨 전해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양재천 물소리처럼 시원하다.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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