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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21:23 수정 : 2007.08.15 21:23

꺄브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꺄브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끝이 없어 보인다. 한발 한발 계단을 디딜 때마다 아찔하다. 그곳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와인향이 아니었다면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내려간 지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이보리색의 둥근 천장과 곳곳에 커다란 술통들, 이곳저곳에서 와인을 부딪치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마치 흥겨운 광장에 들어온 느낌이다. 누구는 은밀한 유혹을 던지고 누구는 거친 주장을 외친다. 금세 어질했던 기분이 말끔히 사라지고 즐거워진다. 프랑스 와인 저장창고 ‘꺄브’에 가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이곳을 고스란히 삼청동에 옮겨놓은 집이 있다.

삼청동 ‘꺄브’. 이곳 역시 즐겁다. 잘생긴 주인장이 와인 잔을 찰랑 흔들며 반기고 낮은 듯 높은 음악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잔잔하게 가슴에 파고든다. 주인장 민병석(38)씨는 프랑스 요리와 소믈리에 과정을 마쳤다. 누구든 그에게 부탁하면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와인과 맛난 것을 골라준다. 밤이 깊으면 클래식 기타 소리가 쩌렁쩌렁 커져서 온 벽을 휘감아 돈다. 동굴 같은 이 집만의 특색이다.


꺄브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이곳은 다른 집보다 부르고뉴 와인과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190가지가 넘는 와인이 벽마다 빼곡히 꽂혀 있고 바비큐, 소시지, 모둠 치즈 등 맛난 것들이 메뉴판에 가득하다. 와인은 4만원부터 60만원까지 있다. 현대적인 와인집이 늘어가는 삼청동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안주 삼아 와인 한두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바비큐 요리는 4가지가 넘는다. 매콤한 것과 달콤한 것, 화이트 와인에 맞는 것, 레드 와인에 어울리는 것,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여름날 큰 빗줄기 소리도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붉고 찐득한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동안 아른아른 프랑스 여인네가 된다. 욕망과 자책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그 아슬아슬한 항해를 계속했던 ‘보바리 부인’이 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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