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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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라떼르21
‘라떼르 21’은 어둡다. 음악도 우울하다. 테이블마다 웅크린 영혼들은 마치 흡혈을 하는 드라큘라처럼 보인다. 여기저기서 처녀의 첫날밤 같은 와인빛을 탐하고 있다. ‘라떼르 21’의 주인장 남지미(32)씨가 성큼성큼 다가간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와인을 한 번 들어보시지요” 손으로 직접 만든 커다란 와인 목록을 불쑥 내민다. 하얀 얼굴에 검은 안경을 쓴 주인장은 단아하다. 단정한 그의 손이 내민 와인은 검붉은 욕망을 따스한 이야기로 만든다. 우울한 음악도 그저 시름을 달래주는 친구가 된다. 남씨의 와인 목록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다른 와인집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 가득하다. 와인수입회사에서 일하면서 세계 와인생산회사들의 제품들을 꼼꼼히 보아 두었다. 그의 기준은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고른 와인들 속에는 이탈리아 와인, ‘삐아스뜨라이아 미켈레 사따’와 뉴질랜드 와인, ‘삐노누아 아타 랑기’ 등이 들어 있다. 와인은 4만~55만원까지 있고 총 300여 가지가 넘는다. 무엇보다 이곳은 이탈리아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다. 메뉴판 첫 장에는 ‘이달의 와인’이 있다. 여기에 등장한 와인들은 한 달 동안 1만~8만원까지 낮춘 가격으로 마실 수가 있다.
라떼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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