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9.05 16:59 수정 : 2007.09.05 17:05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헤븐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헤븐

지금은 유명한 소설가들이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경상도 촌에서 올라온 청년이었던 세 남자가 있었다. 서울에서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충무김밥’이었다. 김 안에 녹색 시금치도, 노란 무도 없는 하얀 밥만 있는 김밥. 청년들은 일찍이 고향에서는 본적이 없는 이 희한한 음식을 보고 기가 찼다. 당황했다. 주인에게 따졌으나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미소뿐이었다.

생경한 음식을 만나면 난감하다. 때때로 와인은 사람들에게 이런 당혹스러움을 선사한다. 복잡한 이름, 정교한 시음, 수만 가지 와인예절 등. 서울 마포에 있는 ‘헤븐’에 가면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곤혹스러움을 털어버리고 빨간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보다 더 멋진 한강의 바람과 별과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에 의지해서 마시면 된다.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헤븐
들머리에 발을 디디면 꽃냄새가 진동한다. 여기 저기 붉고 노란 꽃들이 널려 있다. 꽃들을 따라가면 저 멀리 마포대교와 여의도를 밝히는 불빛들이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하늘이 천장이고 도시의 소음이 벽장이다. 주인장 오지명(47)씨는 이름처럼 천국의 정원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었단다. 그래서 자신의 사무실로 쓰고 있던 곳을 허물고 와인 정원을 만들었다.

와인 목록은 ‘샤토’와 ‘사또’를 혼돈해서 적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사토 무통 로칠드’, ‘사토 마고’ 같은 고급 와인부터 ‘빌라 엠’ 같은 대중적인 것까지 골고루 있지만 빈티지를 꼼꼼히 적어 놓지 않을 정도로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뭐 어떠랴! 너무 정교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것보다 낫다. 와인이 불편한 이도 이곳에서만은 작고 아담한 정원과 밝은 달에 의지해서 멋들어지게 마실 수 있다. 와인은 150가지가 있고 가격은 4만원~100만원까지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칠레 와인이 가장 많다. 안주는 10가지의 치즈와 과일이 함께 등장하는 ‘헤븐 스페셜’이 특이하다. 단골 여성들에게만 특별히 치즈 케이크를 준다. 눈이 오면 정원은 더욱 아름답단다. 하얀 눈 위에 빨간 와인이라 ~ 상상만 해도 심장이 뛴다. 첫눈이 오는 날, 꼭 이곳에서 그 누구와 와인 한잔을 하리라 ~. (02)718-4033.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