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05 17:48 수정 : 2007.12.05 17:48

나비앤필드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나비앤필드

‘나비앤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십 몇 년 전 대학교 앞 찻집이 생각났다. 그 집에는 예쁜 언니가 있었고 그 언니의 따스한 분위기 덕분에 그곳은 곧 아지트가 되었다. 당시 언니의 큰 고민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겪는 ‘행복한 갈등’이었다. 바라보는 남자도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 자신을 향한 남자도 그다지 싫지 않은 감정. 우리들은 “부러워, 부러워!!!!”를 연발했다. 살다가 묘한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딱히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 짓기 힘든 것들, 그래서 인생은 살 만하다.

‘나비앤필드’에는 그 언니처럼 예쁜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처럼 따스했다. 오래되었지만 훌륭한 오디오가 있고,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음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주로 클래식 음악과 재즈가 나온다. 주인 덕분이다. 주인 진낙원(52)씨는 이태원의 유명한 재즈바 ‘올 댓 재즈’를 운영한다. 그가 고른 명품 음악이다.

모양이 모두 다른 테이블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푹신한 의자와 까만 피아노. 그 찻집처럼 갈색들이 온 방을 차지했다.

이곳은 이탈리아 와인들이 많다. 투스카나, 슈퍼 투스카나, 시칠리아, 피에몬테 등 이탈리아 곳곳의 와인들이 가득했다. 2만8천원~10여만원이다. 한눈에 반한 것은 8천원에 맛보는 하우스와인이다. 풀 바디의 진한 향기가 감동을 준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에서 연주회가 열린다. 저녁 8시와 11시 두 번 열리고 공연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연주를 들으며 먹는 이탈리아 요리도 음악만큼 담백하다. 테이블 세팅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그릇에 담기는 요리는 다양한 빛깔이다. 양은 적지만 제대로 된 이탈리아식이다. 스파게티 면은 다른 곳보다 졸깃하고 리조토의 밥알도 톡톡 튄다.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한 이의 솜씨다. 1만~2만원대다. 하얀 벽에 상영되는 흑백영화도 볼거리다. 이곳에서 그 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 결국 언니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선택은 성공했는지? 그 누구를 ‘간택’해도 적당한 마이너스와 플러스가 있지 않았을까! 서울 종로구 삼청동 (02) 734-3101.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