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사탕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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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아비치로마
여행을 하면 유난히 발길을 붙잡는 가게들이 있다.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빨간 등을 켠 술집이라든가 반짝이는 유리 공예품이 잔뜩 진열된 가게들이다. 이것저것 볼 것들이 많은 가게들은 마술상자 같다. 재미있다. 맛나다. 와인집 ‘아비치로마’가 그렇다. 예쁜 장식이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곳은 와인이 그야말로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2만원, 3만원, 5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그 종류도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같은 고급 와인부터 가벼운 와인까지 있다. 사탕가게 안에 들어선 아이처럼 흥분되고 신난다.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와인 목록을 꼼꼼히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다양한 구성은 찾는 이들의 연령대와 관련이 있다. 이곳은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편안하게 찾는 곳이다. 그래서 50대 풍모에 맞는 와인과 20대 발랄한 외모와 닮은 와인이 있는 것이다. 손님들을 맞을 공간도 색다르다. 홀은 여느 와인집처럼 비슷하지만 방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고급스럽다. 유명한 호텔에 지지 않는다. 이곳은 주로 예의를 차려야 하는 상견례·맞선 같은 만남을 위해 찾는단다. 석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될 정도다.
아비치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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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hani.co.kr ※ ‘이주의 와인’과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는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새로운 연재물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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