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2 19:40
수정 : 2008.07.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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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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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가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올 3월 들어 100달러를 가볍게 넘어서더니 7월1일 마침내 140.97달러로 종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고가가 나날이 경신되고 있다. 석유 생산에는 정점이 있어서 생산량이 최고치에 이른 다음에 점점 감소하며, 바로 그 정점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올 것이라는 석유 정점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유가 상승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신흥공업국들의 석유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지금의 고유가는 어쩌면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유의 54.1%는 산업부문에서 쓰이고 수송부문에서 36.9%, 가정상업 쪽에서 7.7% 정도가 소비된다. 결국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이 고유가에 가장 취약하며 석유소비 절감이 이들 부문에서 주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 주축을 이루고 석유를 제품의 원료로 쓰는 산업비중이 높다. 그래서 산업부문 석유소비 절감은 구조개편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게다가 산업 구조개편은 일자리 문제와 연동돼 있어서 함부로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고유가 앞에서 우리 산업이 버틸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라는 또다른 변수 때문에도 그렇다.
수송부문은 어떤가? 요즘 유가가 오르면서 서울에서는 눈에 띄게 자가용 운행이 줄었다. 서울에는 버스나 전철, 택시 같은 자가용 대체수단이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다. 문제는 대체교통 수단이 별로 없는 지역이다. 그런 지역들에 대해 대중교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으니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수송부문의 또다른 ‘부분적’ 해결책은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거다. 물론 옥수수나 콩 같은 곡물로 연료를 만드는 일은 삼가야지만 다른 대안도 있다. 유채씨로도 바이오 디젤을 만들 수 있다. 유채는 나물로도 먹을 수 있으며 유채씨를 수확한 후 남는 부분을 갈아엎어 녹비로 쓸 수도 있다. 2012년이 되면 보리수매가 끝나도록 했기에 이모작 대체작물로 심으면 농민들에게 좋은 소득원이 된다. 그런데 작년에 개정된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법을 보면 BD20(바이오디젤을 20% 섞은 경유)을 자가 제조하거나 소비할 수 없어서 유채재배지 주산면에서는 폐식용유로 학교버스를 운행하여 실증도 하고 시범도 보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규정부터 빨리 고쳐야 한다.
가정에서 석유는 대체로 열원으로 쓰인다. 대부분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이들 지역에서는 요즘 심야전력으로 바꾸는 경향이 늘고 있다. 심야전력 요금이 몇 차례 인상되었다 해도 여전히 등유보다는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싼 심야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력을 생산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그리고 전력을 다시 열에너지로 사용할 때의 에너지 손실을 생각하면, 심야전력 확대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대안이 없을까? 당연히 있다. 태양열로 온수와 난방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예 냉난방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단열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빈곤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자리도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도 보호할 수 있도록 빈곤가구에 대한 단열보강 사업을 늘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환경운동 단체인 ‘환경정의’가 시행했던 ‘따뜻한 마을 만들기’ 같은 사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 고유가를 계기로 에너지도 절약하고 환경도 살리며 일자리도 만드는 방향으로 우리 삶의 양태와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고유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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