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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0 21:20 수정 : 2008.07.30 21:20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땅과 물과 공기는 조물주가 창조해 우리에게 값없이 주신 것인데, 물과 공기는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면서 땅만은 가는 곳마다 임자가 정해져 있을까. 땅 때문에 인간을 죽고 죽이며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고 얼마나 많은 불평등의 속박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으며 얼마나 많은 한을 삭이며 한숨을 쉬어야 했던가. 요지의 땅 몇 백 평을 물려받은 사람은 자손대대로 걱정 없이 잘 사는데 땅 한 평 물려받지 못한 사람은 평생 일하고도 변변한 집 한 채 마련 못하는 실정이다.”

위에 인용한 글을 누가 썼을까?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현직 기획재정부 장관인 강만수씨가 1997년에 쓴 글이다.(<중앙일보> 3월5일치)

그런 강만수 장관이 요즘엔 이명박 정부의 선봉장이 되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인하하려고 하고 있고, 7월23일 국회 답변에서도 이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전제로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방침이었다”며 “현재도 그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말대로 장기보유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는 게 맞을까? 예를 들어 보자. 필자가 30여 년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에 우리 친구들은 다 같이 무일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든 서울에 집을 마련한 친구들은 시가 10억원 정도 되는 집을 가지고 있으나 필자처럼 대구에서 살아온 사람은 2억원도 안 되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10억원과 2억원의 차이가 노력과 능력의 차이라면 두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단지 사는 지역이 달랐을 뿐이라면 어떤 이유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고 하는데 서울사람의 10억원짜리 1주택은 면세하고 대구사람의 2억짜리 다주택은 중과세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의 존재 이유인 ‘경제 살리기’를 하려면 불로소득에 중과하고 생산적 경제활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감세 또는 면세를 해야 한다. 경제를 살린다고 하면서 생산적 노력을 억제하는 세금에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면서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세해준다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 장관은 또 양도소득세에 대해서 “다른 국가들은 이사 다니는 것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보니 그런 걸(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타협하다 보니 그런 제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말처럼 양도소득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양도소득세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국토가 좁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보유세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보유세율이 높아지면 양도소득세액은 저절로 축소되고 급기야 0이 된다.

세금 중에서 토지보유세가 가장 이상적인 세금이라는 사실은 모든 교과서에 나와 있고, 종부세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들마저 예외 없이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강 장관의 말대로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부분과 국제적인 것들을 고려”한다면, 토지보유세를 높이고 경제에 짐이 되는 다른 세금을 깎아주는 쪽으로 세제를 손보면 된다.


혹 ‘난 영혼 없는 공무원,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고 발뺌한다면, 장관 감투가 너무 무겁지 않은가? 현직을 맡고 있으면 때로는 정부 내의 팀플레이를 위해 양보와 타협을 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러나 소신을 꺾을 정도가 되면 개인으로서는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10년 전 강 장관의 토지관은 한때의 철없는 생각이었다고 ‘커밍아웃’하든지.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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